[RFA 특별기획: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 <3> “미북관계 개선해 중국 압박할 때”

앵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고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의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북 협상의 진전이 있어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동북아 안보 상황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고 미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RFA 특별기획: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Ken Gause) 국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6차례의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일관계의 악화 등으로 올여름 동북아시아는 숨 가쁘고도 불안정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21일) “북한 측으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실무협상이 열리면 어떤 진전을 이뤄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 온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최근(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이끌어내려면 미국이 먼저 북한이 원하는 것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북핵 협상의 교착 국면은 계속 이어지고, 남북관계는 물론 한일관계 등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을 바꿔 결단을 내릴 때”라고 고스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미북 실무협상에서 북한 원하는 것 제시해야

– 북한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 제시가 문제 해결 시작

– 미국 움직임 없으면 북한도 제자리…해결 안 돼

– 대북제재 완화로 협상 진전…그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Ken_gause_s– 켄 고스 국장님.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협상, 경색된 남북 관계, 악화하는 한일 갈등 등으로 요즘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혼란스럽습니다. 우선 요즘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관한 국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켄 고스]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아직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죠. 미국이 북한의 원하는 이른바 대북제재의 완화를 제시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 악화할 겁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면 다시 실무협상을 재개하자고 말했지만,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무언가를 올려놓지 않으면 북한은 계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수 있고,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도 이어지며, 한일관계도 계속 문제가 될 겁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먼저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 흥미로운 지적이신데요.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켄 고스] 미국이 쥐고 있죠.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죠. 근본적으로 최대압박 정책이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의 국내정치적 관점에서는 이를 전략으로써 선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내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비핵화나 더 나은 한미, 한일 관계 등 말이죠. (이런 것을 얻지 못했으니)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죠.

– 고스 국장께서는 미북 간에 탑다운, 즉 하향식 협상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해오셨는데요.

[켄 고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만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에 경제적 양보를 할 힘이나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순하죠.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린 겁니다.

서방 언론들은 항상 이런 질문을 하죠. ‘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이건 잘못된 질문입니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에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는가’를 질문해야죠.

– 미북 간 충분한 신뢰 구축 선행되면 핵 포기로 이어질 수 있어

– 북, 미사일 발사 시험의 명분으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내세워

– 미, 역내에서 북한 중심 아닌 중국 압박 수단으로 북한 이용해야

–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북한도 최소한 핵 동결과 핵 신고를 시작으로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북한도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이거든요.

[켄 고스] 그렇다고 북한이 이를 검증하게 할 방법도 없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검증단을 초청해 재빨리 둘러보게 할 수 있겠지만, 원하는 시설은 제외하겠죠. 핵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100% 알기는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생각을 넘어서야 합니다. 북한이 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하지 않느냐고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것처럼 차기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똑같이 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미국과 북한, 국제사회 사이에 신뢰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면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최소한 핵 동결, 핵 신고 등에 합의해서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북한도 움직이지 않는 것 아닙니까?

[켄 고스] 그것은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무언가를 올려놓겠다는 사인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면 북한이 핵 동결은 물론 핵 폐기도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북한이 핵 동결에 나선다 해도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전혀,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불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켄 고스] 북한은 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핑계로 자신의 무기를 시험해왔습니다. 북한의 주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 군사훈련으로 먼저 합의를 위반했고, 한반도의 긴장을 높였으니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이 정당하다는 것이죠.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 자체에 대한 위협을 느꼈다기보다 자체 시험 발사에 대한 명분 때문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봅니다.

–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논란도 시기상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만…

[켄 고스] 우리는 북한과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에서 ‘제로섬’게임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역내에서 더 큰 현안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그것인데요. 그동안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북한을 이용했듯이 이번에 반대로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재정립하고 친미성향의 북한을 이용한다면 중국을 압박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북한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국에 상대로 북한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 네. 고스 국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