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에는 지인능욕 즐기는 10대들이 있었다 [폰터뷰]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습니다. 박사(조주빈)은 물론 n번방 성 착취 가담자의 신원을 전부 공개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189만명(25일 오후 5시 기준)이 동의했는데요. 지난해 11월 한겨레의 보도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사건, 취재팀의 중심에는 24시팀 오연서 기자가 있었습니다. 이번 주 ‘폰터뷰’에서는 오연서 기자와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고 차마 지면에 담지 못했던 취재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Q.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어떤 사건이었나요?
A. 피해 여성 한 명을 두고 텔레그램 방에서 집단으로 자행된 인격 살인이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갓갓, 박사는 그 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했고, 그 방 안에 있던 수천명의 남성들은 이 범죄에 환호하고 더 수위 높은 영상을 달라고 구걸했습니다. 여성 한명의 인격을 훼손시킨, 마치 살인현장 같았던 사건이었습니다.

Q. 텔레그램 n번방에 들어온 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A. 가입자의 신상은 알려진 게 없지만, 경찰은 대부분 20대라고 전했고, 실제로 대학교 학생증을 보여주면서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천 고등학생을 제보했던 제보자는 5000원, 1만원 등 소액이 오가는 ‘지인능욕방’에는 특히 10대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지인능욕방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올리는 방입니다. 단순히 합성만 하는 건 아니고 그 밑에 소설에 가까운, 예컨대 ‘굉장히 헤프고, 나랑 술도 많이 마신 여자’ 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지인능욕이라는 범주 안에 여교사, 여군 등 특정직업군 여성을 합성하는 방도 있는데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직업군의 여성 사진을 확보해 합성 후 유포합니다. 사진 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포토샵 기술이 필요하니까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주고 합성을 부탁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습니다.

Q. 여러 피해자를 인터뷰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피해자분들이 워낙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서 취재진에게 연락처를 주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때문에 모든 인터뷰는 전화로만 진행됐습니다. 한 피해자분은 집 주소가 노출돼 친구 집으로 피신했는데 친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해 통화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밖에서도 통화하기 어렵고, 집에서도 친구가 들어오면 끊어야 했으니까요. 이렇게 전화가 갑작스레 뚝뚝 끊기는 경험을 하면서 이 여성이 두려움이 제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꼭 잡아서 처벌해 달라’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습니다.

Q. 박사가 죗값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려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요?
A. 경찰이 박사와 공범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등 7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형량이 가장 높은 혐의가 아청법 제11조 아동 음란물 제작인데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박사가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촬영한 게 아니라 협박해서 스스로 찍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행위를 ‘제작’으로 볼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한데 (제작물이) 맞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 혐의가 재판에서 인정되면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처벌법 자체가 약해서가 아니라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게 참작되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입법도 중요하지만, 규정대로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이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피해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사실 저희 보도가 나가면 신고하는 피해자가 더 늘어날 거라고 기대했는데,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거죠. 피해자는 가만히 있어도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내가 범죄 빌미를 제공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피해구제를 받는데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떠나서 죄책감만은 갖지 마시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CG : 문석진 / 타이틀 : 박미래 / 문자그래픽 : 김수경
촬영 : 권영진
취재: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연출: 김현정 피디 hope021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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