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준비하기 위한 세 가지, 특히 공감인 것

(* 이소현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 실례가 아니라면 수익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주로 에브리마인드 사업에서 수입을 얻는다. 팟캐스트도 하고 책도 내지만, 콘텐츠 사업은 재미로 하는 거다. 최근에 그림일기로 더는 책을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일을 단지 재미로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도 내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창작을 계속하고 싶은데, 창작이 재밌고 즐거워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수익이 되면 그게 어렵다. 그림일기로 수익 내기 위해 스트레스받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직업적인 관점에서 어떤 40대를 준비하고 있나.
“서른이 됐을 때 40대를 위해 세 가지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돈, 체력, 관계다. 세 가지를 10년 간 준비하다 보면 좋은 40대가 올 거라도 믿는다. 사업하는 사람이다 보니 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된다. 

얼마 벌고 얼마를 투자하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돈을 무엇으로 바라보는지가 고민이었다. 돈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사람이었다. 돈을 쓰는 것도, 잃어버리는 것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업가는 투자도 잘하고 리스크 감수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돈을 그냥 숫자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관계도 신경 쓰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사람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좋은 사람 100명 모임’에 부른다. 내가 만든 모임이다. 100명 중에 결이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서 같이 논다. 등산도 같이 간다. 30대가 되면 이전 친구들하고 멀어지고, 직장 동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고,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들기에도 좋은 나이다.”

– 공감한다. 의지하고 사는 관계가 진정한 독립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맞다. 사람들이 독립이랑 의존이 양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잘 의지하는 사람이 잘 독립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를 안 낳을 생각이라 50년 후에 잘 의지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그런 연습을 하고 싶다.”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 한다

‘서늘한 여름밤’ 그림일기를 애독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인터넷에서 일부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공격성 글을 쓸 때면 함께 화가 나곤 했다. 최근에는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일기를 비판하며 ‘그런 사람에겐 몽둥이가 약’이라는 식의 글도 본 적이 있었다.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 그림일기에 페미니스트의 삶도 보인다. 인터넷에서 일부 사람들이 대표님의 그림일기에 대해 모욕적인 글을 쓰기도 했던 거로 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두 가지. 법적대응과 분노다. 한 번은 명절에 시댁 내려가지 않겠다는 에피소드를 그렸는데, 마이너한 언론사에서 그것에 대해 인신공격적인 글을 실은 적이 있었다. 인성이 덜 됐다면서 밑에 몽둥이가 그려진 이미지를 넣기도 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 피로가 쌓인다. 두렵기도 하다.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쪼그라드는 일이다. 

그래서 여성창작자 모임을 만들었다. 앞으로 이런 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우리가 서로 지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만든 지 1년 정도 됐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나만 악성댓글에 상처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잊어버려’, ‘그런 애들한테 신경 쓰지 마’라는 말도 상처가 됐다. 셀프디펜스를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공격을 받으면 더 상처받는다. 나랑 정말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더라.”
 
– 그런 저열한 공격에 다시 공격적으로 대응할 때면 존엄성이 훼손된다고 느끼지는 않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내 존엄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머리끄덩이 잡고 싸운다고 해서 내가 덜 우아한 사람이 되는가? 싸워야겠다면 싸우는 거다.”
 
–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제 자리를 지키기가 힘이 든다. 왜 그럴까.
“상담심리가 여초 업계라, 여자라서 불편했던 적은 다른 업계에 비해 적다. 여자가 나이 들어서 일하기 힘든 이유라니.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답 아닌가(웃음). 40대에 투명인간이 된다고들 하는데, 가정으로 간 사람들을 사라졌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만큼 가사를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돈을 버는 일만 진짜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왜 노동시장에서 가정으로 가는 건가 하고 물을 수 있다. 친구들만 봐도 첫째까지는 어찌어찌 버텨보지만, 둘째까지 낳으면 집을 벗어나는 게 힘들다. 엄마가 되면 노동시장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런 것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갈 만한 좋은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버텨도 부사장은 되지만 사장은 될 수 없지 않은가. 상담 같은 여초 집단 내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없는데 직급 차이는 크다. 장급은 남자가 하고 실무자급은 여자가 많다. 승진해야 하는데 40대 이상부터는 경력이 쌓여도 처우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좀 그렇지 않아?’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어 버린다. 40대, 50대 여자 책임자는 드문 존재다. 그런 이례적인 일을 받아들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례적인 일을 받아들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하며 살 수밖에 없다”
  

– 앞서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 대표를 인터뷰했다. 여성연대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어떻게 보나.
“여성연대는 물론 필요하다. 다만 방식이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왕 목을 베고 내가 왕이 되겠다는 방식이 있다. 남성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여성이 가지자는 거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건 왕의 목을 베고 새로운 사회를 이루자는 거다.”

[은하선 대표 인터뷰 ①] ‘섹스 얼마나 해봤냐’는 질문, 왜 들어야 하죠?
[은하선 대표 인터뷰 ②] “가부장제는 남자들만이 만든 게 아니다”

– 누군가 왕이 되지 않고?
“그렇다. 야망 있게 보이려면 사회에서 짜 놓은 야망이라는 틀을 밟아 나가야 한다. 그건 기존에 이 사회를 지배해온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탑승하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누군가의 야망을 밟는다는 건 곧 누군가를 착취하고 누군가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만 해도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지 않나.

나도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 사람들이 좀 더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게 야망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공동체 만들겠다는 거야?’ ‘그게 무슨 야망이야?’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기존의 체제 안에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다음 세대의 노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유연해질 것 같다. 직장이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기의 생존을 회사에 의탁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능력을 개발하고, 회사와 근로자가 동등하게 존중받았으면 한다. 그런데 살아서는 그런 모습을 못 볼 것 같고, 아마 지금의 일본처럼 부족한 노동은 이민자들로 대체되고, 자국민들은 불만에 가득 차서 갈등이 심해지지 않을까.”

– 심리상담을 직업으로 준비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오지 말라(웃음). 블루오션이라고 하는데 망망대해인 셈이다. 부모님이 돈 좀 있냐고 누군가 물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심리상담은 돈을 벌려면 서른이 넘어야 한다. 그때까지 누군가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해 줘야 한다. 이 돈 받으려고 이 고생을 했나 싶을 수도 있다.”

– 심리상담은 전망이 좋다던데.
“그 말은 사람들이 50년 전부터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상담 일이 좋다면 와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사는 수밖에는 없다. 다 자기 계급 안에서 최대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게 아니겠나.”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자기 ‘곤조(근성이라는 뜻의 일본어)’대로 사세요. 2030 여자들이 어떤 결정을 하면, ‘넌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래’ 아니면 ‘네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세계를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변화가 너무 빠른 세상이다. 어제의 답이 오늘의 답이 되지는 못하는 걸까? 선배들이 걸어갔다던 길은 따라서 걸으려고 보면 없어진 지 오래다. 조금씩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을 동료로 두고, 이 시대에 맞는 방법을 같이 모색해나가는 수밖에 없나 보다.”  
 

이전 시대의 야망 역시 지금의 그것과는 다르다. 열심히 공부해서, 타이틀 좋은 조직에 들어가, 평생을 충성을 다해 높은 자리에 오르는 세상은 끝났다. 이소현 대표와의 인터뷰는 새삼 그런 생각을 곱씹게 했다. 여성들의 야망은 보다 개인적이며, 깊고, 혁신적이었다. ‘여성이여, 야망을 품으라’는 구호는 그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거라’라는 말이 아니었다. 당신의 야망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라는 말이었다. 

나의 야망은 무엇일까. 당신의 야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