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 익명 보도 남발하는 언론

언론은 내부폭로나 공익제보처럼 공익을 위해 부득이하게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익명 보도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익명보도가 많은 편이고, 특히 북한 관련 보도의 익명 취재원 비율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2차 북미회담’ 관련 기사가 쏟아진 2월 7일부터 11일까지 신문의 취재원 익명 비율을 체크해보았습니다.
 
2차 북미회담 보도, 익명 취재원이 75%

7일부터 1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신문의 ‘2차 북미회담’ 관련 기사는 총 176건이었습니다. 이중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한 횟수는 총 148회였고, 이중 ‘익명 취재원’은 111회(전체의 75%)나 차지했습니다. 익명 취재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신문은 8회 중 8회(100%)가 익명 취재원이었던 경향신문입니다. 이어 동아일보는 33회 중 31회로 94%, 조선일보는 20회 중 18회로 90%가 익명이었습니다.
  

   
‘익명 취재원’발 오보 삭제한 조선일보…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익명 취재원이 남발되는 와중에 8일 조선일보는 <비건이 타고 간 미수송기 어젯밤 평양에서 돌아와>(2/8 삭제)에서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평양에서 출발한 미 정부 수송기 한 대가 밤늦게 경기도 평택의 오산 미군기지에 착륙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익명 취재원인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36시간 가까이 평양에 머물며 7일 오후 늦게까지 실무 협상을 계속했다는 것은 그만큼 미북 양측 간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는 뜻”이라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보로 판명됐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아침 “오보입니다. (비건 대표는)평양에 있습니다”라고 밝혔고, 이어진 정례 현안 브리핑에서도 “제가 확실히 아는 것은 비건 대표가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고, 어제 수송기라는 것은 사람이나 화물을 나르는 것이기에 누군가 또는 물건이 오고가긴 했을 것 같은데, 거기까지”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비건 방한설’을 지면 기사와 온라인판에 실었으나, 8일 오후 1시경 온라인판 기사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미디어오늘은 <비건 7일밤 서울왔다는 조선일보 기사 삭제돼>(2/8 조현호 기자)에서 기사를 쓴 안준용 조선일보 기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기사를 스스로 내렸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해당 취재원이 자신의 실명을 밝혔더라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은 보도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靑 “비건, 아직 평양에 있다…美 수송기 사람 물건 오갔을 것”>(2/8 윤희훈 기자)에서 “앞서 한 조간 신문이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에서 출발한 미국 측 수송기가 전날 밤늦게 경기도 평택의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했다’며 해당 수송기에 비건 대표가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고 전합니다. 자신이 내놓은 보도를 ‘앞서 한 조간 신문’이라며 유체이탈 기사를 내놓은 것입니다.
 
익명 취재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국 신문윤리실천요강은 ‘기자는 취재원이나 출처를 가능한 한 밝혀야 한다’고 규정해놓았습니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언론 규범도 ‘비밀을 지킬 명확하고 절실한 이유가 없는 한 취재원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도 외교 문제를 분석하는데 해당 전문가나 관계자가 ‘익명’에 숨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독자도 신분을 정확히 알아야 그 사람의 의견을 감안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무책임한 익명 보도의 관행을 넘어 책임질 수 있는 실명 보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