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윤씨 “경찰, 증거조작도…사형 면하려 범행 시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 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수십년 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가 과거 경찰의 가혹행위와 구타, 증거조작 등으로 허위자백을 했으며, 재판에선 사형 선고를 면하기 위해 범행을 시인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최근 입건된 이춘재가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 뒤, 명예를 되찾고자 변호사를 선임해 재심을 준비 중이다.

◆“잠 안재우고 쪼그려뛰기 시키고 때려”

화성 8차 사건으로 20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고 2010년 1급 모범수로 석방된 윤씨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씨는 ‘(경찰에 체포된) 30년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형사들이 와서 조사할 게 있다고 해 끌려갔다”면서 “누군가의 별장으로 끌려 갔는데 거기서 ‘네가 8차 범인이다’란 얘길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서로 옮겨진 그는 경찰에게 가혹행위와 구타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경찰이) 3일 정도 잠을 안 재우고 쪼그려뛰기를 몇 번 시켰다”며 “그걸 못하니까 발로 가슴하고 엉덩이 쪽을 좀 많이 맞았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경찰이 증거조작을 했다고도 전했다. 당시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윤씨의 체모와 족적이 증거로 제시됐고, 그가 체포 5시간 만에 자백을 했다고 돼 있다. 윤씨는 “체모를 몇 번 뽑아줬는데 그걸 현장에 뿌려서 제 것(체모)이 나왔다고 얘기하더라”면서 “5시간 만에 자백한 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이 ‘범인만이 알 수 있는 피해자의 특징, 범행 과정 등을 윤씨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한 것도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진술서를 쓸 때 대답을 안 해서 몇 대 맞았는데, 정신이 멍하고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르겠더라”면서 “(그날) 새벽이 되니까 내가 자백했다고 기자들이 몰려오더라”고 부연했다.

그는 “형사가 (진술서 내용을) 불러준 것으로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윤씨가 화성 8차 사건 피해자의 오빠와 아는 사이였다는 당시 보도에 대해서도 “내 친구라고 하는데 저는 기억이 없다”며 “피해자의 집도 가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선 “구치소 갔을 때 (내가) 사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거기 있던 동료(수감자)가 ‘시인하고 감형을 받아라’란 말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국선 변호인 얼굴도 법정에서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정 형편이 좀 어려워서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다 말아 글을 잘 못 읽었다”며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돈도 없어서 민선 변호사를 못 썼다”고 전했다.

◆“종교 힘으로 버텼다…명예 찾는게 꿈”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처음엔 죽을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교도소에) 종교 교화위원이라고 있는데, 그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종교를 한 번 가져보라고 권유를 하길래 종교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종교의 힘으로 버틴 거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여기서 나가서 살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제 누명 벗고 싶다’고 기도했다고 부연했다. 재심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교도관들과 면담을 할 때마다 말했는데 재심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더라”며 “(내 경우) 증거가 워낙 완벽해서 재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성실하게 수감 생활을 한 끝에 1급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윤씨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회자가 ‘직장 생활을 아주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하자 “나도 이제 나이가 쉰이 넘다 보니 노후 대책을 좀 해 보려고, 여생을 보람차게 살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이 있느냔 질문에 윤씨는 “진실을 밝히고 내 명예를 찾고 싶다”며 재심에 임할 각오가 돼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8차 사건의 범인이 정말 아니냐’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