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서산 '볏가릿대'를 아시나요?

   

‘볏가릿대’라는 말은 벼농사를 짓는 시골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로, 요즘은 이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을 듯하다. 

‘볏가릿대’는 벼(쌀), 가릿(단으로 묶은 곡식을 차곡차곡 쌓는 더미), 대(장대)로 이루어진 말로, 정월대보름을 맞아 길이 5~7m 소나무나 대나무에 벼·보리·조·기장·수수·콩·팥 등의 곡식을 볏짚단 안에 넣고 묶어 장대를 세우는 것을 말한다. 

‘볏가릿대’ 세우는 풍습을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한해의 풍년과 무병장수,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민속행사다. 정월대보름에 볏가릿대를 세우고 이월 초하루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고사를 지낸 후, 볏가릿대를 내려 묶었던 동아줄은 가마니에 담아 광에 두거나 태워서 밭에 뿌린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볏가릿대를 세우고 내리는 날 각 마을에서는 풍물패가 집집마다 다니며 복을 빌어주기도 한다. 
 

   

   

50대인 필자도 어렸을 적 종종 보던 이 같은 풍습이, 최근에는 도시화와 함께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전통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산문화원에 따르면 서산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약 17개 마을에서 볏가릿대를 세우는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이 같은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각 마을의 ‘볏가릿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14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산 호수공원에서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서산 볏가릿대 한마당’이 열렸다.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이날 ‘볏가릿대 한마당’은 농악단의 신명 나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볏가릿대 전승마을인 해미 농악단을 비롯해 모두 11개 마을이 참석해, 각 마을의 특성 그대로 볏가릿대를 세웠다. 

본래 ‘농사철을 맞아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옛말처럼, 이날 ‘볏가릿대’ 세우는 내내 비가 비가 내렸다. 
 

   

   

그래서일까. 각 마을에서 모인 농부들은 더욱 신이 난 듯 보였다. 뿐만 아니라 실제 모내기 장면을 재연하면서 대풍을 기원하는 농요 시연이 있었다.

볏가릿대를 세운 마을 주민들은 풍년의 소망을 하늘에 전달하는 의식인 제례를 지냈다. 제례에 이어 지신밟기, 풍물 한마당이 재연됐다. 

이날 호수공원 벚꽃을 보기 위해 나온 한 시민은 “그동안 도시에 살아서 ‘볏가릿대’ 세우는 모습을 오늘 처음 봤다”면서 “소중한 우리 전통을 보게 돼서 더 고맙게 느껴진다. 올해 농사는 풍년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볏가릿대 세우기’외에도 인지면 성1리 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짚풀 체험과 민속놀이 한마당을 준비해, 호수공원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풍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