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꺼낸 새로운 카드, 군사 정보협정 파기

일본과의 무역 분쟁 국면에서 한국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 파기다. GSOMIA는 한미일 군사 동맹을 이어주는 중요한 축이다. 이 협정이 깨지게 되면 한미일 군사 공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일 간의 무역 분쟁이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GSOMIA 카드를 꺼내 들어 미국의 중재를 끌어내려는 모양새다.

GSOMIA는 2016년 11월 23일 한일 정부의 서명과 동시에 발효된 협정으로 이 협정에 의해 한일 양국은 2급 이하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 GSOMIA는 효력 만료일 90일 전 한 쪽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1년씩 자동 연장된다. 연장 여부 결정시한은 다음달 24일이다.

 

 

일단은 파기 않지만 옵션에는 포함

한일 무역분쟁의 돌파구로 GSOMIA가 등장한 것은 1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의 회동에서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을 안보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에 군사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나. (일본과의)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심상정 대표의 발언에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금은 유지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다음날인 19일, 청와대는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일본의 추가 조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연계되어 있지 않다”며 ”기본적인 입장은 협정 유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당 대표가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이야기에 ‘그러면 보겠다’는 차원의 원론적인 입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후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입장이 나왔다. 청와대는 여전히 ’일본의 추가조치와 협정파기는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파기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며 협정 파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국방부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관계자는 19일, GSOMIA 유지 여부에 대해 “효용성, 안보 측면을 고려해 현재는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GSOMIA 카드, 사실상 미국에 중재 요청 신호

지난 11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한미일이 지켜온 안보협력을 해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특히 다음 달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GSOMIA와 관련해서 흔들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한일 간의 분쟁 국면에서 GSOMIA를 콕 집어 우려를 표한 만큼 미국에게 GSOMIA는 중요하다. 미국 입장에서 GSOMIA는 한미일 동맹의 양대 축인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연계하는 핵심 고리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군사적 협력이 지금처럼 유지되어야 미국은 효율적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GSOMIA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유는 한일 간의 갈등에서 미국의 중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한미간의 불화가 이어지면 한미일 삼각 동맹 관계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는 상황이다.

한국의 GSOMIA 파기 시사에 미국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현지시각으로 18일, “GSOMIA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과정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GSOMIA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