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기업 체질 바꿀까?…’新자본주의 노동법’에 쏠린 눈

내년부터 미국에선 독립계약자 요건을 강화하는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버, 리프트 같은 플랫폼기업이 운전자를 독립계약자로 만드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시간 수요에 맞춰 서비스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 ‘긱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를 열었던 플랫폼기업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쿼츠, CNN 등 미국의 주요 외신은 ‘긱이코노미의 새로운 국면’이라는 보도를 잇따라 쏟아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회에서 AB-5(Assembly Bill 5) 법안이 29대 11로 통과된 후다.

AB-5는 일명 ‘ABC테스트‘로 불린다. 노무제공자가 a) 계약상으로나 실제 업무를 수행할 때 고용인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다 b) 고용인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한다 c) 고용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형성된 거래, 직업,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걸 고용인이 입증하지 못할시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2020년 1월부터 발효된다.

그간 독립계약자로 취급됐던 특수고용직이 근로자로 재분류될 경우 고용인에 해당하는 플랫폼기업이 이들에게 의료보조금, 유급 육아휴직, 초과근무수당, 최저임금, 실업보험, 노동조합 결성 등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뉴욕타임스는 “플랫폼기업 입장에서 우버 운전자의 경우 직원이 아니라 고객으로 간주됐고, 이들의 업무는 노동력 자체를 자유롭게 거래되는 상품으로 바꾸었다”면서 “우버와 같은 기업은 자신의 역할이 차를 타려는 사람과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 사이의 마켓을 만드는 증권거래소나 경매 웹사이트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 아마존이나 뉴욕증권거래소가 플랫폼에 올라온 상품에 가격을 매기지 않지만, 우버는 운전자의 운임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ABC테스트’에서 노무제공자에 해당하는 우버 운전자가 근로자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플랫폼기업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우버의 토니 웨스트 최고법무책임자는 “우리는 기술 기업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한다”며 “운전자 업무는 통상적인 우버의 사업에서 벗어나 있다는 걸 과거 판결에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운전자가 우버에 요구하는 ‘유연성’에 계속 부응할 것”이라면서 “내년 1월 법안이 발효된 이후에도 운전자들이 자동으로 근로자로 분류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버와 리프트 뿐만 아니라 현지 주문형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는 2020년 11월까지 이 법안에 관한 주민 투표를 이끌어내는 투표 이니셔티브에 9000만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기업이 운전자에 일부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독립계약자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AB-5 법안에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쿼츠는 “(해당 법안이 발효된다면) 우버와 리프트는 관련 세금을 내거나 근로자 교육을 하는 비용으로 연간 8억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규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이니셔티브에 투자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고용주에 종속되지 않은 계약 형태로 일하는 ‘자유노동’의 4가지 유형. (이미지 출처 : 랩2050)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6년 영국에서는 이미 ‘우버 운전자를 노동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FT는 “이에 따라 최저임금과 주말 수당이 지급됐지만, 근로자가 받는 혜택이 모두 제공되진 않았다”며 “공정한 고용기준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우버 초기 투자자이자 벤처캐피탈 터스크벤처스의 브래들리 터스크 대표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AB-5법안에 우버가 수동적으로, 느리게 대처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운전자를 근로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지적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플랫폼기업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부 기업의 독립계약자는 근로자와 동일한 권리를 보장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이에 발맞춰 사업 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다.

지난달 애플, 아마존, 펩시, 월마트,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CEO를 대변하는 협의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기업의 목적을 ‘모두를 살피는 경제’를 진흥하기 위한 것으로 재정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명에 따르면 기업은 △고객 가치 실현 △근로자 보상, 교육, 다양성 장려 등의 투자 △서비스 공급자에 관한 공정성 △환경과 지역 커뮤니티 지지 △주주의 장기적 이익 실현을 약속했다.

포드재단의 대런 워커 의장은 “이 성명은 엄청난 뉴스”라며 “21세기에 비즈니스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해 기업과 사회 모두가 번영과 지속가능성을 공유하는 데 주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포드가 1억 달러에 인수했던 공유 전동스쿠터 기업 스핀은 지난 3월 LA에서 주당 30시간 이상 플랫폼에 기여하는 독립계약자에 피고용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매일 공유 스쿠터를 충전하고 수리하기도 한다. 스쿠터를 모아서 제자리에 가져다놓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향후 블록체인 기반 평판 및 리워드 플랫폼인 레이어 프로토콜을 통해 인센티브도 강화할 계획이다. 스핀 창립자 유윈풍(Euwyn Poon)은 “레이어 프로토콜의 출시는 새로운 공유경제에서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큰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이 스타트업은 북부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노동조합인 팀스터스 조인트 카운실7과 ‘노동 평화 협약’을 맺어 공개적으로 노조를 환영하기도 했다.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 따르면 스핀의 니마 라히미 선임 정책고문은 “다른 IT 기업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우리만 이런 행보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시립교통국(SFMTA)은 전동스쿠터 공유 파일럿 프로그램에 스핀을 탈락시켰다. 이 프로그램에 꼽힌 경쟁사 ‘스킵’은 향후 플랫폼 관리에 참여하는 인원의 15%를 정규고용인으로 대하겠다고 약속한 업체다.

스핀이 독립계약자에 피고용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샌프란시스코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독립사업자에 대한 사업 의존도’를 살피는 SFMTA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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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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