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터키 경제 파괴"…터키 각료 3명 블랙리스트에 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장악 지역의 공격과 관련, “터키의 경제를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고강도 제재와 함께 철강 관세 폭탄, 무역 협상 중단이라는 경제제재 카드를 뽑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미 행정부는 즉각 국방·내무·에너지부 등 터키의 3개 부처 장관을 미 제재 대상에 올리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 조치했다.

터키의 시리아 공격 묵인 논란으로 IS(이슬람국가) 격퇴를 도운 쿠르드 동맹을 ‘배신’했다는 후폭풍에 처한 가운데 민간인 등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자 본격적인 ‘관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하던 약 1천명의 미군 병력의 철수와 관련, 소규모 병력만 남부 앗 탄프(알 탄프) 기지에 남기고 나머지는 역내에 재배치해 IS의 발호 가능성 등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불(不)개입·고립주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군사 개입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의 시리아 군사 공격 중단과 즉각적인 휴전을 압박하기 위해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밝혔다.

행정명령은 시리아 북동부의 평화와 안보, 안정의 악화를 초래하거나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에 연루된 터키 정부의 개인과 기관, 조력자를 제재하는 권한을 재무부와 국무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무부도 이날 훌루시 아카르(국방), 쉴레이만 소일루(내무), 파티흐 된메즈(에너지) 등 터키 장관 3명을 재무부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미국 거래 중단 조치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터키의 작전이 계속된다면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욱 악화하고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터키가 새로운 행정명령에 따른 추가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반드시 시리아 북동부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과의 대화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터키 정부의 전·현직 당국자를 비롯해 시리아 북동부를 불안정화하는 활동에 일조하는 모든 인사에 대한 제재 부과를 승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곧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터키에 대한 철강 관세를 지난 5월 인하되기 이전 수준인 50%까지 인상하는 한편 미 상무부 주도로 터키와 진행하던 1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 관련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번 명령은 미국이 심각한 인권 유린 및 휴전 방해에 가담하거나 추방된 이들의 귀환을 막는 자들, 강제로 난민들을 송환하거나 시리아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가로 부과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금융 제재와 자산 동결, 미국 입국 금지 등 광범위한 조치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시리아에서 극악무도한 행위를 가능케 하고 촉진하며 그 자금을 대는 자들을 겨냥한 경제적 제재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나는 터키의 지도자들이 이처럼 위험하고 파멸적인 경로를 계속 걷는다면 터키의 경제를 신속하게 파괴할 준비가 전적으로 돼 있다”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했던 미군 철수와 관련해서는 “내가 말해온 대로 북동부 시리아 지역 내에 남아있던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다”며 “미군 병력이 ISIS(IS의 옛 이름)의 칼리프들을 격퇴한 가운데 시리아에서 나온 미군 병력은 역내에 재배치돼 남아서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방치됐던 IS의 위협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기승을 부렸던 2014년 상황의 재연을 막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규모 미군 병력이 ISIS 잔당 활동을 계속 막기 위해 남부 시리아의 앗 탄프 주둔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미국과 그 시민들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다”며 “미국과 우리의 파트너들은 ISIS의 가차 없는 칼리프 지역들을 100%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터키는 이러한 성과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터키는 이와 함께 민간인들, 특히 시리아 동북부 지역의 취약한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의 보호를 최우선시해야 한다”며 무차별적 민간인 공격과 민간인 인프라 시설 파괴, 인종·종교적 소수집단 공격은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난민들의 귀환은 안전하고 자발적이며 품격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군사 공격이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터키의 행동이 인도주의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잠재적 전쟁 범죄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터키가 종교·인종적 소수집단을 포함한 민간인의 안전을 확실히 해야 한다면서 터키가 지금, 그리고 향후에 역내 IS 테러리스트들의 구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터키는 공격에 따른 인도주의적 결과를 완화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 압박과 더불어 직접적인 중재 노력도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미국은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펜스 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가능한 한 빨리 터키에 보내기로 했다.

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내주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찾아 나토 동맹국 설득에 나선다. 에스퍼 장관은 성명에서 “나토 방문을 통해 동맹국들에 개별 또는 공동으로 터키에 대한 외교·경제적 조처를 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