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게시판] 탈중앙화 조직 DAO, 조직과 사회의 미래가 될까

인류는 문명이 태동하던 고대부터 우주를 탐험하기 시작한 현대까지, 단체 생활을 통해 문화를 보존하고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인간은 다른 야생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약한 육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행동과 전략을 통해 자신보다 더 강한 동물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세대에 걸쳐 경험한 집단지성과 노하우를 기록과 교육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하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진보해왔다. 이렇게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해 조직 생활의 중요성을 체득해왔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초연결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지구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연결되었고, 극단적인 경쟁 사회에서 조직 관리의 중요성은 조직과 사회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수직적 조직, 수평적 조직, 역할 기반 조직, 자율형 조직 등 조직에는 수많은 유형이 있고 이에 맞는 조직 관리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같은 조직 시스템은 모든 규칙과 합의가 인간에 의해 정해지고 집행된다. 그런데 인간은 가끔 욕심이나 질투, 복수와 같은 ‘감정’에 의해 불합리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한다. 

승진에 눈이 멀어 다른 동료의 공을 가로채 동료와 갈등을 유발하거나, 질투심으로 시기하는 동료의 고과에 손해를 입히면 조직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더라도 개인 간 사적인 정 때문에 조직에 피해가 되는 구성원을 제때 정리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더 큰 손실을 겪을 수도 있다.

사람의 감정에 의한, 또는 지식의 한계로 인한 불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에 대한 해법으로 탈중앙자율조직,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떠오르고 있다.

DAO는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오픈 소스로 투명하게 정해진 규칙과 미리 프로그래밍 된(Pre-programmed) 스마트 컨트랙트로 조직 내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조직원의 인사 정보, 성과, 회계 기록 등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이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미리 배포된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승진, 급여 지불, 퇴직 등을 자동적으로 집행한다. 인간의 통제 없이 시스템이 스스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자동차와 결이 같다.

또한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 제 3자가 주주(Shareholders)로 참여하는 기존 조직 형태와는 달리, DAO는 토큰이 인센티브로 작용하여 조직의 발전과 안정에 기여하는 구성원에게는 토큰이 주식처럼 제공된다. 반면, 조직에 피해를 입히는 구성원에게는 패널티가 주어진다. 51% 공격처럼 몇몇 구성원이 합심해 악의적인 일을 모의하거나, 탈중앙성을 해치는 일은 버그로 처리, 패널티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제 3자에게 의존하지 않고(Decentralized), 공통의 목적을 가진 이해 당사자가 모여 자율적으로(Autonomous) 조직(Organization)을 운영하는 것이 DAO의 근본 철학이다.

위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존 조직과 달리, 이해 당사자들은 합의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건설적으로 조직에 참여한다. 이렇게 참여를 통해 얻은 지분을 투표에 활용해 조직의 중요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처리와 보상은 그 누구의 주관도 개입되지 않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집행되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더 다오의 로고
그렇다면 DAO는 가장 공정하고 이상적인 조직 형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DAO 역시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뼈아픈 역사까지 갖고 있다.

사실 DAO는 ‘더 다오(The DAO)’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탈중앙자율조직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더 다오는 2016년 탈중앙자율조직의 철학을 토대로 조직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토큰(DAO Token)을 발행하여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이는 당시 가치 기준으로 1,500~2,000억원을 모은 역사적인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한 해커가 더 다오에 활용된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의 결함을 악용하여 펀드로 모은 자산의 일부를 자신의 지갑으로 이체한 것.

여기서 해킹 당한 자산은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600-7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문제는 DAO 토큰을 이더로 바꾸는 ‘스플릿(Split)’이란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발생했다. 스플릿 요청이 실제로 적용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재귀적 반환 요청(Recursive call)을 보낸 것이다.

이 공격으로 인해 이상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직 형태를 시도했던 더 다오 프로젝트는 산산조각 났고,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해킹된 자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포크를 진행하여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Ethereum Classic)으로 나뉘게 된다.

DAO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운영되므로,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성과 안정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불안정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하게 되면, 외부 해커의 공격으로 조직이 물거품 될 수 있다. 단 한번의 해킹 공격으로 프로젝트가 무산 된 더 다오의 사례는 보안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또한 적은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에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조직 내부 구성원들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합심하여 집단 모의 공격을 할 경우, 이를 제대로 탐지하여 스마트 컨트랙트로 처리하지 못하면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 이러한 내부 소행을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처리하려면, 빈틈 없이 설계 된 스마트 컨트랙트 규율이 필요하다.

이외에 DAO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운영되므로, 사람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와 상황을 담아낼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조직을 운영하는 구성원은 결국 사람인데, 세상 일은 논리와 예측만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테스트할 수 없다.

 


영화 이퀄리브리엄의 한 장면. 이 영화에서는 감정이 배재된 사회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렇게 DAO의 철학을 기반으로 합리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우리 사회는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처럼 삭막하고 융통성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영화 이퀼리브리엄은 3차 세계대전 후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이 갖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명의 독재자가 전세계 국민들을 특수한 약물로 통치하는 사회를 그린다.

이 약물을 투여한 사람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삶을 살게 되는데, 감정이 없는 사회는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지만 대신 그동안 쌓아온 예술, 문학 등 모든 인문학적 유산들을 잃게 된다. 기계와 다름 없는 삶을 살며 효율과 합리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진정 인간을 위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프로그램의 합리성과 사람의 융통성,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한 방향으로만 치우치지 않는 적절한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율배반적 성격을 가진 두 특성을 조합한 최적의 상태를 찾으려면, 조직의 문화와 특성에 맞는 세심한 DAO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인지, 어떠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는지에 따라 DAO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인사 평가와 보상과 같이 공정성과 합리성이 중요한 분야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분명한 강점을 갖는다.

블록체인은 근본적으로 ‘신뢰’를 위한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수많은 합의 알고리즘과 의사결정 시스템은 네트워크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존재한다. 조직원이 자신의 성과에 대한 조직의 평가를 완전히 신뢰하고 이에 대한 보상 체계에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려면, DAO가 제시한 것처럼 누구도 개입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앞으로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더 성숙해지면 스마트 컨트랙트에 기반한 조직 관리 시스템을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주로 조직 내 합의와 갈등 해결에 사용되며 조직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것이다.

제 3자에 의존하지 않고 프로그램으로 합의된 공공장부를 모든 구성원들이 신뢰하는 블록체인의 이상이 실생활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커다오(MakerDAO), 디직스다오(DigixDAO), 스테이터스(Status) 등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DAO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으며, DAO의 기술적, 문화적 문제점들을 꾸준히 개선해나가고 있다. 스테이터스는 동료의 업무 평가, 성과금 지불 내역 등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스마트 컨트랙트로 기록하고, 조직 내 중요한 안건은 자체 네트워크 토큰을 통해 투표로 결정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협력한 자들이 결국 우세했다”고 말했다. 경쟁이 심화되고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효율적인 조직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공정성과 합리성으로 조직 시스템의 새로운 비교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조직 시스템은 경계해야 하지만, 프로그램은 분명 인간의 한계를 보완한다. 아직 스마트 컨트랙트를 조직 운영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DAO가 보여준 조직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전세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사람의 창의성과 프로그램의 합리성이 매끄럽게 융합된 탈중앙자율조직은 조직과 사회의 미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