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여의도 ‘와썹맨’이 되라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드디어 한여름이다’ 싶은 것처럼 정치권에서 청년을 찾는 목소리가 나오길래 총선 때가 다 됐구나 싶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출연한 정치예능 프로그램에서 ‘청년 구애에 나선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묻길래 이렇게 답했다. ‘사실 방송사의 님들이 날 이 자리에 불러 앉힌 것도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지만.’ 차마 이 생각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솔직히 별생각이 없다. 정치인들이 청년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도 잘 몰랐으니까. 취업 준비를 위해 억지로 뉴스를 보던 시기는 지났다. 경제나 청년지원 정책과 관련된 정치권 소식에는 쫑긋해도, 그 외 정치 뉴스는 잘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총선을 앞두고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를 들고 찾아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매번 청년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 허둥대는 것도 새삼 신기하다. 2016년 총선 시즌에 <청춘씨:발아>라는 뉴미디어 팀을 만들어 활동한 적이 있다. 팀의 전략은 ‘20대에서 바이럴이 될 만한 모든 콘텐츠 포맷에 정치 어젠다를 한 스푼 끼얹자’였다. 단기간에 조회수 100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등 화제성이 컸다. 당시 한 정당만 빼고 알 만한 정당에서 모두 연락이 왔다. 총선 콘텐츠를 같이 만들자는 거였다. 결과적으로 어느 곳과도 협업하지 않았지만, 그 현상 자체가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달라진 건 거의 없어 보인다.

정치권이 총선 직전에 ‘청년을 상징할 만한 캐릭터’ ‘청년을 잘 공략할 것 같은 콘텐츠 팀’만 찾아 헤맬 게 아니다. 특정 업체에 돈을 주고 맡겨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이 청년에게 직접 닿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청년이 좋아하는, 필요로 하는 구호를 들고 청년이 머무는 곳에 찾아가라. 유세장의 트럭 위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만 지르지 말고. 온라인에서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청년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오프라인에서는 청년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가라. 가서 청년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나라. 유튜브에서 핫한 박준형의 ‘와썹맨’처럼 스스로 여의도 와썹맨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와썹맨은 반백살, 지오디의 박준형이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를 찾아 트렌디한 아이템을 체험하고 유저들과 소통하는 웹예능 콘텐츠다.) ‘○○○의원의 여의도 맛집로드’ 촬영/편집을 맡을 한명만 데려가 일주일에 한편씩만 만들어도 대박 각이다.

요즘 유행하는 브이로그(vlog)라는 영상 포맷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을 대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의 전문성을 자연스럽게 어필하라. ‘정치 20년차 국회의원의 일상 브이로그’ 제목만 봐도 10만 조회수 각이다. 최근 자주 하는 고민부터 일상 이야기까지, 소소한 것들을 청년에게 어필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소리 꽥꽥 지르는 영상으로 노년층의 지지만 끌어모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다고 이미지 메이킹에만 집중해선 곤란하다. 영혼 없는 청년 공약은 ‘청년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정치인만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다. 청년들이 기대하는 변화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약속한 대로 공약을 실천하는 것, 아니 실천하는 척이라도 하는 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4년간 ‘나’라는 개인은 꽤 성장한 것 같은데, 이 나라가 날 호명할 때는 여전히 고만고만한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 취급이다. 몇살이 되어야 나를 ‘그들이 생각하는’ 청년세대에서 벗어나게 해줄까 싶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도 다시 나를 찾으려나?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