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문화 거점지, 동네서점

최근 뜨는 골목길, 핫플레이스에서 동네서점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동네서점은 출판계의 모세혈관이고 온라인 서점, 대형서점은 동맥이라 말한다. 동맥만으로 인체가 구성되지 않듯이 동네서점도 출판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독립출판이 주목받고 있다. 작가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보이고자 동네서점을 찾고, 이는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동네서점으로 모이게 한다. 이제 동네서점은 단순히 독립 출판물만 판매하는 곳에서 나아가 시민을 초청해서 낭독회, 독서 모임 등 행사를 여는 복합문화장소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20대 여성은 최근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서점 ‘위트엔 시니컬’에 방문하였다. 위트앤 시니컬은 12평 정도의 작은 공간을 원목과 조명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서점이다.

그는 “서점이 말랑말랑한 느낌이었고, 서가나 분위기, 감각에 신경 쓴 것이 보였다”라 말했다. 서점에는 300여 권의 책뿐만 아닌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한 권의 시집과 작은 성냥을 손에 쥔 그는 동네서점에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동네서점의 현 위치

최근 2~3년 동안 동네서점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 466곳을 기준으로 2015년에 비해 2018년에 개업한 서점이 2배가 증가했다. 인터넷상에서의 검색량 또한 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양평에서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강이경씨는 동네서점의 전망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 말한다.

“도서정가제가 계속 유지되면 동네서점이 계속 생길 것 같아요.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이유가 돈이 아닌 개인의 자아성취 측면이 있으니까요.”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카드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동네 서점을 이용한 고객은 5만 명에 이른다. 2014(약 1만 3000명)에 비해 4배(277%)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서점 이용자는(325만 명) 1.3% 소폭 감소했다.
 

   
동네서점 이용 고객의 79%는 20, 30세대이다. 특히 20대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동네서점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

동네서점은 주인 입맛대로 책을 선택하고 인테리어를 꾸며 각각의 서점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느낌의 서점을 찾아가면 된다. 동네서점은 개인이 사적으로 책을 내는 독립 출판물도 유통한다.

기존 일반서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소형, 독립 출판사의 도서를 판매하기도 하며 다양하고 개성 있는 서적과 잡지를 만나볼 수 있다. 독립 출판물은 동네서점에서만 취급하기 때문에 획일화된 책에 무료한 독자들은 새로운 책을 읽기 위해 동네 서점에 방문한다.
 
최근에는 각 동네서점만이 가지는 특유의 분위기와 독립출판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져 동네서점 투어도 생겼다. 지난 2월 17일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점 투어를 목적으로 한 여행, 데이트, 나들이 관련 소셜 데이터는 총 9만 382건에 달한다.

동네서점, 경쟁력을 키우다
 
동네서점은 대형출판사만큼 대형자본이나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서점은 임대료 문제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 아닌 골목 깊숙이 자리한다. 할인 판매나 굿즈를 제공하기에도 부담되고 책 한 권을 사도 무료배송이 되는 온라인 서점처럼 편리하지도 않다. 동네서점을 쇼룸처럼 구경만 하고 주문은 모바일로 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출판계의 무기는 개성이다. 저가 공세와 대대적 마케팅, 저자의 명성 등으로 승부하는 기존 출판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독자적 생존전략을 갖춰야 한다. 대형출판사는 신간을 낼 때 ‘독립서점 에디션’을 소량만 따로 찍는다. 
 

 
해당 책을 독립 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독자가 동네서점을 찾아가고 싶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올해 초 나온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창비) 등이 그 예다. 일반 판본과 표지를 달리한 리커버 에디션을 출간하여 책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서점의 형태는 다양해져 카페형 서점은 기본이고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책맥(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서점), 북스테이(책과 숙박), 키즈존이나 산책로가 있는 서점까지 다양하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 잡은 ‘사적인 서점’은 약국처럼 책 처방전을 내어 준다. 손님은 주인과의 대화를 나눈 후 손님에게 필요한 책을 처방해준다. 한남동에 위치한 ‘스틸북스’는 총 4개 층 규모로 10명의 북 큐레이터가 하나의 테마를 정해 책과 물건, 전시, 프로그램을 연결해 소개한다.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큐레이션 책방’의 확산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독서가 혼자서 하는 자기계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서로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나며 출판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형, 인터넷 서점의 서가에는 책들이 잘 팔리는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다. 이 목록은 남에게 맞는 책일 수 있지만 나에게 맞는 책이 아닐 수도 있다. 기존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인생 책을 골목길 속 작은 동네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