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이후, 이제 뇌관은 공수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포스트 조국’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불쏘시개’ 삼아 검찰개혁 이슈를 띄우려는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정권 연장 도구’로 규정하며 결사저지에 나설 태세다. 지난 4월 검찰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위해 여야 4당이 공조할 당시에도 공수처에 대해선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를 하고 있다

 

“검찰개혁? 공수처가 핵심”

민주당은 조 장관의 사퇴로 국면이 바뀌었다고 보고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선 공수처 설치가 핵심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사퇴한 조 전 장관을 언급한 뒤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이정표를 만들었고 혼신과 열정을 다 쏟아 불쏘시개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더 강력하고 확실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로 공수처 법안을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날 발언을 거론하면서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극단적 오만이자 명백한 검찰 개악 가이드라인”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검찰개혁의 핵심 조치는 공수처 설치로,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하고 있다. 공수처 뺀 검찰개혁은 앙꼬 없는 찐빵으로, 가짜 검찰개혁을 선동하는 듯한 비겁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황 대표를 겨냥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포스트 조국’ 정국의 승부처로 보고 입법화를 저지하는 데 당력을 모으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서 “우리 국정은 아마추어에 의해 포위돼 있다”며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독재 열차를 멈춰세워야 한다. 장기집권 사령부인 공수처는 절대 불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권이 다른 야당과의 합의까지 어기면서 허겁지겁 공수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조국 수사를 빼앗아 무산시키려는 술수”라고 한 황교안 대표의 전날 발언의 연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장관 사퇴 직후에도 입장문을 내어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라며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공수처 반대 연대’를 결성해 공동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2야당이 실질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같이 논의해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공수처 연대’를 보수재편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기류도 읽힌다.

 

공수처, ‘패스트트랙 연대’ 안에서도 이견

민주당으로선 공수처법안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의 반대 말고도 변수가 또 있다.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공수처안이 함께 올라가 있다. 4월말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바른미래당과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민주당이 택한 고육책이 ‘권은희안 동시 지정’이다. ‘권은희안’은 외부 인사로 꾸려진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규정을 신설해, 공수처의 기소 문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아닌 공수처장에게 인사권을 주고, 공수처장을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패스트트랙 지정 뒤 논의가 중단되면서 공수처에 대한 두 당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구성 방식에 대한 합의와 국회의 견제 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하고 싶다면 검찰개혁법안부터 처리하자고 야당을 자극하며 변죽을 울릴 일이 아니라 권은희·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두 개의 공수처 법안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백혜련안’을 중심에 두고 자유한국당 및 바른미래당과 최대한 협상한다는 게 기본전략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권은희안’ 찬성파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을 모으면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