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文대통령에게 '화랑 관창'일까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660년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과 계백의 백제 결사대가 맞붙은 ‘황산벌’ 전투는 신라 삼국통일에 있어 분수령이 됐다. 황산벌 전투와 관련된 이야기는 삼국사기를 비롯해 민간설화 등 여러 갈래를 통해 전해져 왔다.

이 중 하이라이트는 15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화랑 관창(645년~660년)과 어린 관창의 목을 차마 벨 수 없어 처음엔 살려 보낸 계백 장군 이야기다. 이 장면은 영화 ‘황산벌’ 말미에도 나온다.

역사책,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화랑 관창’의 경우도 그렇다. 이 중 하나가 ‘화랑 관창’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데 일종의 불쏘시개 노릇을 했다는 설명이다. 영화 황산벌도 이러한 해석(김유신의 전략)에 따라 시나리오가 짜여진 듯 했다. 어린 동생, 아들뻘인 관창의 죽음을 본 신라군이 ‘피의 복수’를 맹세, 죽기살기로 나아가 승리를 쟁취했다는 말이다.

계백장군이 관창을 참수한 뒤 머리를 말 안장에 실려 신라군 진영으로 돌려 보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중요치 않다. 관창의 이야기가 신라군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승리를 위한 동기 부여를 하는 데 적절히 활용된 듯 하기 때문이다.

◆ 조국 지명뒤부터 文 지지율 쭉 아래로

문재인 대통령이 8월 9일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을 후보로 지명한 뒤부터 문 대통령 지지율은 눈에 띄게 미끄럼을 탔다. 10월 14일 물러날 때까지 67일 동안 온 나라가 ‘조국’ 단어로 뒤덮혔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뒤엉켰고 언론도 엄청난 양의 ‘조국’ 기사를 토해냈다. 단군이래 특정인물이 이렇게 집중적으로 조명받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8월 9일자 조사치까지 포함된 리얼미터의 8월 1주차 주간집계 결과(YTN 의뢰로 8월5~9일 2504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 이하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가 50.4%,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가 44.4%로 국민 절반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공방이 격화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갈리는 크로스 현상이 나타나더니(8월 3주차 주간집계) 지난 14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 지지율보다 두자릿수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긍정평가 지지율이 41.4%인 반면 부정이 56.1%로 차이가 14.7%p까지 벌어졌다는 조사결과(YTN의뢰로 리얼미터가 10월 7~8일, 10~11일 2502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는 큰 충격이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35.3%)과 자유한국당(34.4%)이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한 점과 중도층 이탈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여권 내부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 文, 조국 1차 불쏘시개 임무는 ‘사법개혁’…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힐 때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내건 사법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 초점이다.

아직 사법개혁안이 투표무대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조국 논란을 통해 검찰 스스로 특수부 축소, 심야조사 및 포토라인 금지 등의 개혁안을 내게 만들었다. 여기에 지지진영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당위성을 머리속에 집어넣는 효과도 창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 1차임무는 일정부분 해냈다.

◆ 조국 “검찰개혁의 불쏘시개에 불과~”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던 조 장관은 14일 전격 사퇴하는 것으로 이른바 ‘조국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1268자에 달했던 사퇴입장문에서 그는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자신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라며 개혁에 불을 붙인 것 자체로 만족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특수부 축소, 포토라인 금지만을 위해 조 전 장관이 온 몸을 내 던지고 피를 봤다고 보는 이들은 적다. 문 대통령이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조 전 장관이 ‘화랑 관창(승리 불쏘시개)’을 자처한 것 아닌가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조국으로 집토끼 몰이는 일단 성공…’화랑 관창’이 되려면 총선 불쏘시개가~

문 대통령과 여권의 큰그림은 ’21대 총선과 20대 대선 승리’다. 우선 21대 총선에서 무조건 이기고 봐야한다. 그러려면 중도층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여권은 조 전 장관을 고리로 핵심 지지층 결집, 즉 집토끼 몰이에는 성공했다.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나팔문(나라를 팔어 먹어도 문재인)이라는 말처럼 지지층은 조국 수호를 외치고 서로를 독려했다.

문제는 선거 승패를 쥔 스윙보터, 즉 중도층이다. 당초 여권은 ‘사법개혁 성취’, ‘어느 때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됐다’는 점을 앞세워 중도층을 공략하려 했다. 공정과 정의라는 말이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개혁 선봉장 조 전 장관이 도중하차하자 전략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을 내 던졌다’는 점을 앞세워 사법개혁을 밀어붙인 뒤 그 결과를 갖고 중도층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조 전 장관이 문 대통령의 ‘화랑 관창’이 될지는 불분명하나 여권이 조 전 장관을 총선 승리 불쏘시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이 ‘문 대통령의 화랑 관창’처럼 될지, 아니면 그저 ‘단명 법무부 장관’이었는지는 총선 결과가 말해 줄 것으로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