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만든 마을입니다"

 
“출발이 ‘나’입니다. 내가 건강하게 살고 싶었어요. 건강한 자연과 깨끗한 환경에서요. 내 주변을, 우리 사회를 보면 그게 아니잖아요. 내가 건강하려면 자연과 환경을 먼저 살려야겠더라고요. 나부터, 우리부터 그렇게 살자고 모였죠. 자연과 환경을 살리면서, 건강하게 살자고.”
 
영암 선애마을에 사는 오재희(51)씨의 말이다.
 
선애마을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을 공동체다. 인간과 자연을 먼저 알고 사랑하면서 물질은 소박하게, 그러나 마음은 넉넉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선애(仙愛)’는 사람과 자연, 하늘을 사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선애마을은 친환경 생태마을 공동체다. 전라남도 영암군 신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1406년 하정 유관이 지은 ‘영팔정’에서 가깝다. 작은 언덕을 넘어 만나는 야트막한 구릉에 들어서 있다.
  

   

 
선애마을이 형성된 건 지난 2011년.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등 대처에서 살다가 내려온 40여 명이 모였다. 직업도 사업가, 법무사, 교사, 의사, 예술인, 장례지도사 등 다양하다.
 
“특별할 건 없고요. 다음에 나이 들면 나도 내려가야겠다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입니다. 주민들은 심신 단련을 위한 명상을 함께하는 회원들이에요. 명상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내가 사는 모습은 건강한지? 건강하게 살자고 명상을 하는데,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 자연스레 ‘시골에 가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고,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죠.”
 
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는 오씨의 말이다.
  

   

 
친환경 생태마을 만들기는 회원들의 출자로 시작됐다. 농업회사법인 ‘선애마을영암’을 만들고, 회원이 잘 아는 사람의 소개로 지금의 자리를 마련했다. 터를 다지고 집을 짓는 일에 모두가 참여했다. 집도 같은 넓이에다 같은 모양으로 지었다. 출자한 돈은 많고 적고 차이가 있지만, 차등을 두지 말자는 취지였다.
 
집집마다에는 화목보일러를 놓았다. 전기, 석유 등의 연료 사용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서다. 빗물을 받아 쓸 수 있도록 빗물받이도 시설했다. 집집마다 모은 빗물을 한데 모아 필요할 때 쓸 20t짜리 집수정도 설치했다.
 
주민들이 모여서 밥을 먹을 마을식당도 따로 뒀다. 식사 준비 시간을 줄이면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주민들의 모임공간인 커뮤니티센터도 별도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합니다. 우리가 직접 가꾼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를 하죠.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조리당번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다음주 수요일에 당번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일상의 대소사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식구’가 돼요. 여기에 살면서 맛보는 가장 큰 행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산과 서울에서 살다가 왔다는 주민 나은희(46) 씨의 말이다.
  

   

 
함께하는 건 식사 뿐 아니다. 농사 도구는 물론 엔간한 생필품도 네 것, 내 것 없이 나눠 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임방에 모여서 같이 명상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농작물 수확, 잡초 제거 등 마을의 일도 주민들이 울력을 통해 해결한다. 주민 회의도 정기적으로 한다. 회의는 사소한 의견 차이를 좁혀준다.
 
주민들은 받아둔 빗물로 집 주변의 남새와 꽃을 가꾼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생태화장실을 이용하고, 대소변을 거름으로 만드는 일도 당연하게 여긴다. 남은 음식물은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 퇴비는 친환경 식재료를 가꾸는 유기농업의 원천이 된다.
 
“주민들 모두 번거롭게 생각하지 않아요. 빗물을 받아서 활용하고, 생태화장실을 이용하고, 발효퇴비를 만들고, 울력을 하는 것까지 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적 삶이라 믿고 있는 거죠.”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상용(71)씨의 말이다. 이씨는 서울에서 건축사로 일하다 내려왔다고 했다.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며 함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게 농사였다. 몇 해 전에는 호박과 고추를 많이 재배했다. 친환경 농사교육을 받고, 옆마을 주민들이 거들어줬는데도 버거웠다. 고생한 만큼 수익도 얻지 못했다. 여러 품종을 조금씩 심기도 했지만, 농사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지금은 수익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주민들이 먹을 만큼만 짓고 있다.
 
대신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눈을 돌렸다. 선(仙) 체조와 이완 명상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힐링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치유를 위한 건강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체질에 따라 식사와 운동을 달리하는, 생활 속의 건강관리법도 알려준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맨발 걷기, 숲길 체험도 준비돼 있다. 산야초 효소, 솟대, 팥양갱 만들기와 장작불을 지펴 밥 해먹기도 재밌다. ‘열하일기’ 등을 통해 배우는 인문고전 특강도 별나다. 선애마을의 앞날을 밝혀줄 프로그램들이다. 프로그램은 마을에서 진행한다. 체험 참가자들이 묵을 게스트하우스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제 삶이 도시에서 살 때보다 한결 풍성하고 윤택해졌어요. 돈벌이는 빼고요. 생각만큼 돈벌이가 안 돼서 그 사이 일부 회원이 떠나기도 했죠. 아직도 과도기입니다. 그동안 드러난 문제를 계속 보완해 나가고 있어요.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 마을의 수익도 만들 것이고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명상을 통한 건강한 삶이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 환경과 생태를 지키며 사는 일이니까요.”
 
주민들 사이에서 ‘희망찬’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오재희 사무장의 다부진 각오다. 그 각오를 응원한다. 선애마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