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회의] 화성 아닌 ‘이춘재 연쇄살인’…8차사건 형사·검사 입건

화성연쇄살인사건, 사건 발생 때부터 붙여진 이름이었죠.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수사 관련 논문 등 학계에서도 그렇게 불러왔습니다. 사실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고 지리적으로도 범행 일대와 지금의 화성은 큰 관련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화성은 이 사건의 이름으로 인해 마치 가상의 현실과도 같은 살인 사건의 도시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이 8차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면서 다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화성엔 다시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살아났습니다.

이에 화성시의회가 나섰는데요. "사건명에 ‘화성’이라는 지명이 붙여져 30여 년간 오명을 짊어지고 있다", "경찰과 언론사는 화성 시민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명칭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사건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명칭을 이렇게 바꾸려면 범인이 이춘재라는 걸 밝혀야 하는데요. 사실 언론은 그동안 경찰이 그를 정식 피의자로 입건한 이후 이름 이춘재와 얼굴을 공개해왔지만 정작 경찰은 범인이 이춘재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기자들이 "이춘재가…"라고 질문을 하면 경찰은 "이모 씨가…" 혹은 "피의자가…"라고 답해왔죠.

경찰은 오늘부터 사건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신상공개위원원회를 열고 이춘재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한 건데요. 다만 현재 이춘재가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얼굴을 공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9건이 그가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고, 그 외에 9건의 성폭행 사건도 그의 소행이라고 보고 추가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범인을 특정하는 결정적인 증거였던 국과수 감정 결과에 대해 이렇게 밝힙니다.

[반기수/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 (음성대역) : 당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은 과학적 증거방법으로서의 신뢰성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모발에 의한 개인 식별은 추론에 오류의 가능성이 많으며, 완전하지 못한 상태였음을 확인했습니다.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 분야에 도입해 감정하는 과정에서 시료의 분석 결과값을 임의적으로 조합, 첨삭, 가공, 배제해 감정상의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당시 법원은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이 작성한 체모감정의뢰 보고서가 충분한 증거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방사성동위원소 함량이 12개 중 10개가 범인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에 따라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윤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감정 결과가 우리 사법 역사에서 증거로 채택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이 증거에 바로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과수만의 책임인 것이냐. 실제 수사를 진행했던 건 경찰이죠.

[김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10월 4일) : 이춘재가 벌인 사건인데 경찰의 수사가 잘못되어서 억울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린 사건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만약에 있다면, 경찰이 그런 실수를 했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아야지 그런 사건 은폐하시면 큰일 납니다.]

[민갑룡/경찰청장 (10월 4일) : 만약에 그런 사건들이 있게 되면 사실 확인이 되는 순간 저희가 국민들께 알릴 부분들은 알리고 바로잡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그 결과 경찰은 8차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검찰 8명을 입건했습니다. 당시 수사과장과 형사계장 등 경찰 7명과 담당검사 1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특히 담당 검사는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 씨에 대한 임의동행부터 구속영장 발부 때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75시간 동안을 감금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입건된 경찰과 검사의 위법이 확인되더라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습니다. 공소시효가 소멸됐기 때문이죠. 다만 행정처분 등의 가능성은 열려있는데요. 8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5명이 1계급 특진을 했었는데요. 민갑룡 경찰청장은 "진상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특진 취소 검토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민 청장은 또 검찰과 경찰이 싸울 일은 아니라면서도 8차 사건엔 검찰의 책임도 있다고 했는데요.

당시 경찰의 수사를 지휘했던 게 검찰이죠. 그리고 경찰이 담당 검사를 입건까지 하면서 검경 간 묘한 신경전이 예상되는데요. 특히 앞서 검찰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여온 검경이 또 다른 충돌 전선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진동/수원지검 2차장검사 (지난 11일) : 재심청구 대상과 관련해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 국과수 감정 관련 의혹에 대하여 경찰수사가 더디고 있으니 검찰이 직접수사를 통해서 이것을 진상을 규명해 달라. 경찰을 못 믿겠다, 그건 아니고. 더디고 있으니까 빨리 좀 해 달라. 그런 취지입니다.]

물론 검사가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역시나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제로인 건 바뀌지 않습니다. 경찰은 희생자와 가족, 특히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모 씨에게 고개 숙여 사죄했는데요. 윤씨의 잃어버린 20년은 과연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윤모 씨/’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청구 (10월 27일) : 보상이 문제가 아닙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명예가 중요한 거지. 돈은 없어도 벌면 돼요. 솔직히 말해서. 그러면 되는데 사람은 일단 한 번 잃어버린 인생을 다시 찾기 어렵죠. 솔직히 말해서. 20년 세월 짧은 거 아니에요. 짧은 세월을 국가가 보상해준다, 돈으로 보상되는 게 아닙니다. 이걸 누가 보상해주겠습니까. 그 당시에 사건 잘못한 경찰이나 사법부가 그 책임을 져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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