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로 분당 초읽기 들어간 바른미래당

위기에 몰렸던 바른미래당이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2월 정기국회까지는 마무리하고 그 이후에 우리의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스케줄을 생각하고 있다”며 12월 중 창당할 결심을 내비쳤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여기에 “12월에 나가겠다고 했는데 빨리 나가라. 자기가 만든 당을 완전히 풍비박산으로 만들고 완전히 깨진 뒤에 나갈 생각하지 말라”며 빠른 탈당을 종용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54차 최고위원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비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을 위시한 소위 ‘바른정당 계열’이 탈당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부터였다. 유승민 대표는 9월 29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는데 정작 보여 드린 게 없다”며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에는 당내 비당권파 의원 15명(안철수계, 유승민계)이 만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의 대표직을 수락하면서 ”(손학규 대표가) 4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온갖 불법 사보임하고 불법 통과시키는 것 보고 모든 미련을 던졌다”며 ”손 대표와 오늘부로 싸움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벌어진 갈등이 결국 분당 결심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같은 갈등에 불을 지른 것은 지난 19일 확정된 이준석 최고위원의 징계였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위원이 지난 5월, 당 청년정치학교 뒤풀이에 참여한 당원들 앞에서 욕설을 사용하며 안 전 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렸다. 또 현명철 전 전략기획본부장과 권성주 전 혁신위원에 대해서도 손학규 대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과 경고 조처를 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징계 결과가 나온 날 ”손학규 대표가 임명한 윤리위원장이 이끄는 윤리위원회에서 바른정당 출신의 인사들에게 꾸준히 징계를 하고 있는데 사당화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니겠냐”며 “10% 지지율 약속을 국민에게 하고 식언을 해서 당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만큼의 윤리적 지탄을 받을 행위가 또 있겠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비판했다.

21일에는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석에서 있었던 발언을 녹취해 문제삼은 것”이라고 부당함을 호소하며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호남당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간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계열은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이뤄진 손학규 대표의 사보임 결정과 관련해 ‘당내 분열을 초래했다’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는 버티기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계 의원들은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고 당 윤리위원회는 징계로 답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표현을 썼다는 당 직무 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유승민계 징계’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최고의원에 대한 직위해제가 그 정점을 찍었다.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유승민계는 연이은 징계가 사실상 손학규 대표의 정치보복이자 반대파 숙청 작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하태경 의원부터 현명철 전략기획본부장, 권성주 혁신위원, 이준석 최고위원 모두 손학규의 퇴진을 주장하는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태경 의원은 ”손학규 당대표가 바른미래당을 공산미래당으로 만들었다”, ”손학규 한 사람의 권력에 당이 풍비박산 나고 있다”, ”손 대표의 연이은 징계와 폭정으로 바른미래당의 ‘바른‘도 ‘미래’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손학규는 좋아하던 정치인이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조국보다 더 염치없는 정치인”이라며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

 

더이상 당 내에서 갈등 봉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유승민 의원은 탈당 및 신당창당을 공식화했다. 유 전 대표는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유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 ”자유만 얘기하는 ‘외눈박이’ 보수로는 안 되고 공정·정의·평등·복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황교안 대표의 한국당이 이런 변화에 동의하고 우리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면 통합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할 수 없다. 험난해도 괘념치 않고 우리 갈 길을 갈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러한 움직임에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손 대표는 유 의원계를 향해 ”유 전 대표에게 남북대화, 남북교류, 남북협력, 한반도 평화에 대한 걱정을 한 마디라도 들어봤나. 그게 무슨 개혁보수인가, 수구보수, 꼴통보수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며 ”이분들에게는 국회의원 뱃지밖에 없다. 나라의 정치는 전혀 염두에 없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유 의원의 신당 창당에 발언에 대해서도 ‘꽃놀이 패‘라고 칭하고 있다. 그는 ”유 대표의 공수처 반대, 선거제 개혁 반대 의견을 모두 한국당에 받아주십쇼, (하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분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꽃놀이패를 놀고 있다. 거부하면서 ‘한국당 우리 받아주십쇼’ 손짓하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에 이것이 통과가 되면 소수정당으로 득을 보겠다는 거다. 유 전 대표의 기회주의적 속성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