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악마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소심하고 말 많고 몸 한쪽이 불편한 3류 범죄자가 경찰서에서 무혐의로 풀려납니다. 그런데 절뚝거리던 걸음걸이가 어느 순간 온전하게 바뀝니다. 마지막 반전이 기막힌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명장면,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용의자로 붙잡힌 주인공은 그가 목격한 악마적 살인자에 관해 진술합니다.

"난 신을 믿지만 유일하게 겁나는 존재는 카이저 소제예요…"

알고 보니 살인자는 주인공 자신입니다. 놀라운 이중성으로 극중 경찰과 극장 관객의 뒷머리를 후려칩니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는 살인죄로 기소된 이중인격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법정에서 소년은 순하디 순한 얼굴 뒤에 숨어 있던 광기를 터뜨립니다. 그렇게 무죄를 선고받은 뒤 또 한번 돌변해 사악한 정체를 드러냅니다.

악마적인 성 착취 동영상 파문의 장본인 조주빈은 아직 얼굴의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20대 중반의 나입니다. 거리에서 마주쳤다면 순한 학생쯤으로 여기고 지나쳤을 얼굴입니다. 그는 낮에는 봉사활동까지 해 가며 이중적 얼굴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잘생긴 법대 출신 테드 번디와, 광대 차림으로 어린이를 돌봤던 존 웨인 게이시. 미국의 두 연쇄살인마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토막살인범 조성호 역시 얼굴로는 도무지 그 악마성을 찾아 내기 어려웠습니다.

조주빈도 그 순한 얼굴에 악마를 숨기고 어린이 청소년 포함해 일흔 명 넘는 여성의 인격을 살해했습니다. 그러고도 포토라인에서는 엉뚱한 사기 피해자들 얘기부터 꺼냈고, 성 착취 범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며 스스로 악마였음을 실토했습니다. 많게는 백50만원 회비를 내고 그의 악마적 영상에 탐닉한 26만 회원은 또 어떤 존재인가요. 영상을 유포 소지한 사람들이 검거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영상이 판매 유통되고 있는 현실은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할 까요?

현대문명의 총화처럼 숭배받는 디지털 세상. 하지만 얼굴 없는 익명의 사이버 세상에서는 보통사람도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참담하고도 절망적인 사실을 마주합니다. 디지털 세상을 만든 것이 인간이라면 그 속의 악마를 키운 책임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이제는 그들과의 전쟁에 나서야 할 때가 됐습니다.

3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얼굴 없는 악마들’ 이었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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