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사장 체제 KBS 성과와 과제… 미완의 꿈 이룰까

양승동 KBS 사장은 1989년 KBS에 입사해 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제작·연출해 온 시사/교양 전문 PD다. 한국PD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2017년 4월 제23대 KBS 사장에 취임했다. 2018년 말 전임 고대영 사장의 잔여임기를 마치고 다시 KBS 사장에 응모하여 연임에 성공, 제24대 사장으로 다시 취임해 현재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양승동 사장은 KBS 사장에 취임하면서 재임하는 동안 이룰 목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지상파뿐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충분한 도달률을 갖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세 가지 목표 중에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달성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년 국내 매체들을 대상으로 신뢰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2018년 말 발표한 ‘미디어 어워즈’에서 KBS는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 2위에 올랐다. KBS는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2010년까지는 신뢰도 1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순위가 계속 떨어져 그동안 4~5위권을 맴돌다가 2017년에는 순위권 밖으로 사라지는 불명예를 겪었었다.

그랬던 KBS가 양 사장 취임 이후 신뢰도와 공정성 순위가 상승하면서 신뢰도 2위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KBS가 이처럼 신뢰도 평가에서 상위권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승동 사장이 취임 이후 과거 문제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보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양 사장은 취임 후 KBS 내에 ‘진실과 미래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에 논란이 되었던 사건 22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진실과 미래위원회’는 편성규약과 취업규칙 위반 사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관련 사례, 2008년 대통령 주례연설 청와대 개입 문건 등 과거 KBS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던 사례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KBS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청산 작업에 나선 것이다. 양 사장의 과거 잘못에 대한 청산 작업은 KBS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결국 양승동 사장 취임 후 KBS 내에 존재하고 있는 과거 적폐들을 청산하고 방송의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처를 함으로써 KBS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KBS가 신뢰도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비판과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불거진 ‘시사기획 창’ 재방송 취소 논란과 같이 현 정부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사명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않는다는 것을 양승동 사장 스스로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양 사장이 밝힌 두 번째 목표인 KBS가 지상파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충분한 도달률을 갖는 매체가 되겠다는 목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사실 KBS의 콘텐츠 경쟁력 약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KBS는 급변하는 콘텐츠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비대한 조직을 운영하면서 방만한 경영을 지속해 외부의 자극에 둔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체질이 되고 말았다. 양 사장이 자신의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를 싫어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KBS의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그런데 양 사장과 KBS가 처한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동안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면서 현실에 안주해 왔던 KBS 구성원들이 과연 양 사장의 목표를  이룰 만한 실력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 사장이 취임사에서 역설한 것처럼 “조직, 인력, 재원 모두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하고 뛰어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민첩하고 역동적인 공영미디어를 만들어야” 하며 프로그램과 실적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관건은 양 사장이 KBS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반발을 얼마나 잘 돌파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승동 사장이 세 번째로 내세운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볼 때 KBS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관련 보도과정에서 KBS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내 최대의 보도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소규모 인력과 적은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지역 케이블TV 방송사보다도 못한 보도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KBS가 강원도 산불 보도에서 재난주관방송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이유는 조직이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산불 관련 보도 문제가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에 드러났다는 것은 양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KBS 조직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승동 사장이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강원도 산불 보도를 보면 아직 조직개편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양 사장이 추구하고 있는 KBS의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양승동 사장 취임 후 KBS는 분명 변하고 있다. 그동안 가장 논란이 되었던 KBS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향상되고 있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시도 역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다만 이 세 가지 목표는 아직 미완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굳어져 온 KBS의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운영, 비대하고 방만한 경영은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에도 쉽게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양승동 사장의 리더십은 아직 시험대에 올라 있고, 그 시험대의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맺기 전에 양승동 사장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요즘 KBS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외부 출신 진행자 중에 역량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진행자들이 있다는 논란이 있는데, 왜 이런 분들이 진행자로 자꾸 기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또한 KBS의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