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간 간호사가 펑펑 울던 순간을 이야기하다

'2019 세계인도주의의 날' 한국 페이스북 페이지

2018년 9월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로 간 간호사가 있다. 6개월 동안 소아병원에서 현장 구호활동에 참여하기로 한 박지혜 활동가였다. 라이베리아는 두 차례의 내전을 겪은 나라다. 국민 수에 비해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선진국에서는 잘 걸리지도 않는 질병에 걸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박지혜 활동가가 배정을 받은 병원은 라이베리아의 수도에 있는 발네스빌 소아병원이었다. 2014년 에볼라 창궐 이후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세워졌는데 기존에 있던 수술실 외에 추가로 1개의 수술실을 열게 된 상황에서 박 활동가는 오픈 준비와 현지 수술 간호사 교육을 도왔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접한 고 이태석 신부의 활동기를 접하고 감동을 받아 의료봉사를 할 의지를 키워온 박 활동가. 그는 라이베리아에서 만났던 카라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병원에 온 9살 카라마의 몸무게는 15kg였다. 2달 동안 5번이나 큰 수술을 했다. 모두 배를 열어야 하는 수술이었다. 그 동안 아이의 심장기능, 신장기능, 간기능이 모두 악화돼 의료진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라마는 살아났다. 건강하게 회복했고, 정기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 박 활동가가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아이를 끌어안자, 아이도 그의 목을 끌어 안으면서 볼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아이는 ”지혜”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박 활동가는 당시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다. ”행복하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넘쳐 흘러서 눈물이 펑펑 났어요. 그때 저는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고 생애 처음으로 제가 간호사인 것이 행복했습니다.”

2019 세계인도주의의 날 한국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인터뷰 중 한 편이다. 해당 페이지는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활동하는 박수진 담당관, 국제적십자위원회 동남아지역 대표 사무소의 활동가 자르반 옵찌아 군협력 대표, IOM에티오피아 사무소의 권윤진 활동가, 유엔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등의 인터뷰 등이 소개돼있다.

'2019 세계인도주의의 날' 한국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8월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다. 2008년 유엔총의 결의로 제정된 날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전 세계에 걸친 인도주의 노력에 경의를 표시하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은 지원하는 이상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날’로 규정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에 대한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이 날에는 인도주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와 분쟁·전염병·기아·재해 현장에서 활동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가 모두 담겨 있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 8월 19일로 정해진 배경엔 비극이 있다.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2003년 8월 19일. 테러는 유엔의 이라크 본부 사무실이었던 카날 호텔 앞에서 벌어졌다.

당시 트럭에 실린 다량의 폭탄이 터지면서 유엔 사무총장의 이라크 특별대표인 세르지우 비에이라 지 멜루(1948~2003년)를 비롯한 22명의 유엔 구호 담당 직원과 테러범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에는 29살의 요르단 국적 부공보관 레함 알파라가 최연소였으며, 59세의 이집트 국적 대표 비서실장 나디아 유네스가 최연장이었다. 희생자의 국적은 이라크인이 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이 3명, 캐나다가 2명이었으며 브라질·이집트·영국·스페인·요르단·필리핀·이란이 각각 1명이었고, 이집트·이탈리아·프랑스 3중국적자가 1명이었다.   

다친 사람은 100명이 넘었다. 부상자 중에는 당시 64세였던 수단의 인권변호사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인 아민 메키 메다니(1939~2018년) 박사도 포함됐다. 남녀노소와 국적, 하는 일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테러리즘의 민낯이다. – 중앙일보, 8월 19일

이후에도 세계 한 켠에선 영문도 모르는 죽음이 있었고, 그 곁에는 그들을 살리기 위한 헌신이 있었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구호활동가 안전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인도주의 활동가는 폭탄 테러, 총격, 폭격 등으로 매년 최소 150명이 죽었다. 그렇지만 인도주의 활동가를 지원하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2018년 ‘#NotATarget’ 캠페인2019년 세계 인도주의의 날 주제는 ‘여성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세상을 더욱 낫게 만들기 위한 그들의 헌신’이다. 

2008년 제정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이후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세계의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꾀해왔다. 2017년엔 세계 지도자들에게 분쟁지역에서 민간인들을 더 잘 보호하라고 촉구했고, 2018년엔 ‘살아 있는 청원서(living petition)′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세계의 시민들이 각자의 셀카에 ‘#NotATarget’이라는 태그를 달자는 제안이었다.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분쟁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우리는 타겟이 아니다‘라는 뜻을 알렸다. 11회를 맞이한 2019년 세계 인도주의의 날 주제는 ‘여성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세상을 더욱 낫게 만들기 위한 그들의 헌신’이다. 

여성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전쟁의 상처가 만연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식량난이 심각한 사헬까지, 중앙아프리카공화국·남수단·시리아·예멘 같이 (분쟁으로) 사람들이 집과 생계수단을 잃은 곳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헬은 중부 아프리카의 세네갈·모리타니·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나이지리아·카메룬·차드·수단·남수단·에리트레아에 이르는 사하라 사막의 남쪽 지역이다.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로 경작지 감소와 이에 따른 식량난이 심각해 국제적인 지원 대상이 되고 있다.  – 중앙일보, 8월 19일

한국에서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유엔기구, 국제개발협력 NGO와 공동으로 ’개더 투게더(Gather Together) 캠페인을 연다.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토크콘서트와 사진전이 진행된다.

19일 토크콘서트는 ‘페이스 투 페이쓰’(Face to Faith)라는 주제로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되며, 인도적 지원 현장에서 일어난 활동사례가 소개된다. 또 유엔난민기구가 준비한 다큐멘터리도 상영될 계획이다. 26일 토크콘서트도 19일과 같은 주제로 진행되며, 인도적 지원상황에서 UN기구와 NGO간의 협력·재난발생시 취약 계층·성착취 예방과 대응·인도적 지원 시기와 지속성 등에 대해 다룬다. 

사진전에선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활약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이 소개된다. 아프리카·아시아·중동·남미 등 지역별로 나눠 사진이 전시된다. 가상현실(VR)을 통해 분쟁을 경험하고, 강제이주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