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쓰던 '외국인 스타'…마약에 얼룩진 32년 한국생활


ⓒ SBS & SBS Digital News Lab / RSS 피드는 개인 리더 이용 목적으로 허용 되어 있습니다. 피드를 이용한 게시 등의 무단 복제는 금지 되어 있습니다.
track pixel

▶SBS뉴스 앱 다운로드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외국인이 사투리를?!’

로버트 할리(60)가 처음 방송에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미국 유타주 출신인 할리는 모르몬교 포교를 위해 1979년 처음 한국에 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7살의 할리는 18개월 간 선교 활동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경상도 사투리는 당시 머물렀던 부산 하숙집 주인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는 한국을 잊지 못했다. 미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따고 국제 변호사 자격증까지 딴 후 1987년 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후 한국 여성과 결혼해 정착했다. 남다른 입담으로 방송가를 섭렵했고 1997년에는 아예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다. 한국명은 하일, 영도 하 씨의 개조(開祖)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방송과 광고 등에서 맹활약하며 외국인 스타로 각광 받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한 광고에 출연해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샘 해밍턴, 샘 오취리, 알베르토 몬디 등이 걷고 있는 외국 출신 방송인의 길을 로버트 할리가 개척한 것이다.

이미지

그러나 한국 생활은 약 30년 만에 마약 혐의로 얼룩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8일 오후 4시 10분께 로버트 할리를 체포했다. 최근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할리는 당초에는 인터넷을 통한 마약 구입은 인정했으나 투약은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시행한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자 “3월에 구매한 마약을 지난주에 투약했다.”라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할리의 모발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 중이다.

또한 경찰은 하일이 지난달 말 마약 판매책의 계좌에 수 십만 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택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도 발견했다.

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여러 방송을 통해 모범적인 가장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광주 외국인학교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바른 생활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일은 술이나 담배는 물론 카페인도 멀리하는 모르몬교 신자다. 몇 해 전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대마초가 합법화된 미국 지역의 마약 문제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혐의는 평소 신념과는 상반된 것이다.

로버트 할리의 32년 한국 살이가 마약 스캔들로 얼룩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녹화를 마친 예능프로그램들은 할리의 출연분을 통편집 하는 등 벌써부터 지우기에 나섰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SBS뉴스 원문 기사 보기

▶SBS뉴스 앱 다운로드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