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방위비 협상, 동맹 균열 없게 합리적 해법 마련하길

내년 이후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기 위한 한·미 협상 제2차 회의가 22∼24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한국측 수석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수석대표로 나선다.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정 대사는 경제관료 출신 첫 방위비 협상 대표다. 미국 측이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인상 규모를 둘러싼 양측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미 국무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의 국제적 군사적 주둔 비용 지속은 미국 납세자에게만 떨어져야 할 부담이 아니라 주둔으로 득을 보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공정한 몫을 더 기여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걸 분명히 해 왔다”고 했다. 1차 회의 때와는 달리 보도자료까지 내며 공개적으로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운용의 직간접 비용으로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가 든다”며 한국이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방위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이 내미는 방위비 청구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 안보만을 위한 게 아니라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국무부까지 나서 노골적으로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건 지나친 처사다.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외교협상에서 분담금 액수에만 집착하다 한·미동맹 균열을 불러서는 안 된다. “큰 틀에서 한·미동맹이 상호 윈윈(win-win)하게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협상이 잘 될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는 정경두 국방장관의 말을 유념해야 한다. 양국 모두 동맹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절충점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한·미 협상을 앞두고 18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등 17명이 주한 미 대사관저에 난입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인 건 우려할 만한 일이다. 소수의 망동이 자칫 반미 감정을 촉발시키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맹국 외교공관이 점거됐는데 소극적으로 대처한 경찰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확고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