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설명하려 애쓰지 마라… 가성비로 입증하라

[유성민’s Chain Story]  연말쯤이면 블록체인 산업의 사업 모델(BM)에 대한 고민은 모두 해결될 줄 알았다. 올해가 두 달도 안 남은 지금까지도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럿이 “왜 블록체인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이런 의문은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블록체인 전문가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블록체인 산업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국내의 블록체인 산업 모델은 사업모델에 막혀 정체된 상태다.
 
블록체인 핵심 가치는 탈중앙, 그게 왜 필요?
블록체인 사업모델이 없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는 명확하다. ‘탈중앙(Decentralization)’이 핵심 가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탈중앙의 가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묻는다. 이유가 뭘까.
 
‘고객 저항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혁신 수용에 관한 보수적인 입장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기술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7년 전 필자는 이전 회사에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EMS는 사용자의 전력 사용량을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사용자에게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자동으로 설비를 제어해 스스로 전력을 절감한다.

 

사업 모델은 분명하다. 전기료 절감이라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7년 전만 해도 사업 수행이 쉽지 않았다. 혁신 저항성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직접 끄면 되지 왜 EMS가 필요한지에 대해 납득을 못했다. 사람의 습성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지만, 시장에서는 저항성으로 먹히지 않았다. 어느 전문가는 EMS 시장에서 풀어야 할 난제는 “끄고 산다”는 논리에 반박해 사업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다행히 고객 저항성을 극복했다. 물론, “끄고 산다”는 논리에 반박하지는 못했다. 극복 방법은 간단했다. 실증 사례를 조금씩 늘려 효용성 가치를 가시화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 수요를 효용성 가시화로 이끌어냈다.

 

고객 저항성 극복해야 산업이 발전
필자는 현재 다른 곳으로 이직했기 때문에 이전 회사의 EMS 사업성과는 모른다. 소문에 따르면, 해당 부서는 수천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고, 2022년까지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EMS 사례는 고객 저항성 극복을 통해 산업 발전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실패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클라우드다. 많은 사람이 클라우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6년 전 필자도 연구 과제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실증을 추진했지만, 필요성에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디게 발전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및 IT 기업을 회원사로 둔 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BSA)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발전 산업 순위는 24개국 중에서 12위를 차지했다.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고객 저항성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진흥할 수 있다. 기업은 사업 확장으로 매출액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극복 전략이 뭔데?
고객 저항성 극복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소비자 수요에 따라 제품을 만들면, 고객 저항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사업을 확장할 때 일이다. 기술 혁신 분야에서는 다른 얘기이다. 신규 기술 사용의 당위성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폴더블폰을 예로 들어보자. 폴더블폰의 가치는 명확하다. 휴대가 편하면서도 넓은 화면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수요 기반 사업 추진은 중견 기업 이상의 전사적 관점에서 해당하는 말이다. 작은 단위의 사업 부서에서는 타당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블록체인 추진 부서 혹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생각해보자. 고객 수요만을 생각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객이 블록체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블록체인을 받아들이는 시장군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한정된 수요에서만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을 시장에 무작정 들이밀라는 뜻은 아니다. 블록체인의 사업 모델이 시장군과 일치하면 제안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해당 시장군에서 고객 저항이 보이면 “소극적으로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극복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산업은 어떤 전략으로 고객 저항을 극복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전략 1. 티끌 모아 태산
블록체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시장에 조금씩이라도 심어준다. 앞서 언급한 EMS 사례에서도 그랬다. 블록체인 효용성을 가시적 성과로 만들어 고객이 갖는 반감을 줄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성공 사례의 티끌을 모아서 태산처럼 신규 산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마르코 이안시티(Marco Iansiti)는 “신규 기술을 고객에게 이해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 2. 기술 말고 가치를 제안하라
특정 키워드 기술이 아닌 고객 제공 가치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반 XXX 서비스’ 방식의 이름은 지양하자는 얘기다. K대 어떤 교수는 국내 기술 발전이 키워드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기업은 특정 키워드가 화두로 뜨면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구성한다. 인공지능(AI)이 뜨면 AI를 마케팅 용어로 쓰고, 제품명에 AI를 갖다 붙인다. 제품에서 실제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경향성은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관찰된다. 그러나 AI와 다른 점은 블록체인 용어 활용이 역효과를 낳고 있는 점이다. 일반인은 블록체인을 잘 모르거나 암호화폐로 인해 부정적이다. 따라서 어느 고객은 사기성 기술로 오해하고 꺼릴 수 있다. 혹은 블록체인 활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럼 제안자는 서비스의 가치 설명보다는 기술 설명에 치우치게 된다. 제안 설득력이 반감된다.

 

기업은 블록체인 키워드를 앞세우기보다는 뒤로 빼는 게 낫다. 블록체인은 고객과 맞닿아서 보이는 기술이 아니다. 고객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동작하는 엔진에 가깝다. 굳이 서비스 제안에서 블록체인을 앞세울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이 주는 가치만을 명시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다. 고객은 복잡한 기술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비용을 지불할 만큼 효용성이 있는지만을 본다.

 

정리하면 이렇다. 블록체인 산업은 고객 저항성이라는 진입장벽에 직면해 있다. 사업 모델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니다. 결국은 이를 넘어설 전략이 필요하다.

 

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호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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