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어선 침몰 사고 때 일본 측 현장 대응 부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머잖아 북 동창리서 ICBM 관련 움직임 있을 듯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정에 올랐다고 북한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뒤 중대 결정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데요, 마키노 위원님,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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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에서는 중대한 정책을 추진하거나 변경하려고 할 때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일이라고 강조하기 위해서 백두산에 오르는 그런 연출을 하곤 합니다. 이번에는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북한에 제시하는 걸 북한이 기다리겠다고 얘기한 상태여서 아마 북미관계와 관련한 결심이 아닐까 싶구요. 흥미로운 건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과 동시에 삼지연군도 방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여기서 김 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에 가하는 고통에 매우 화가 난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북한은 연말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걸 암시하면서도 미국이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재개한다는 걸 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까운 시간에 북한이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서 굴착작업을 다시 시작한다거나 아니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 대해서 ICBM 부품을 반입한다거나 하는 움직임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일부에서는 전격적으로 평양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어떤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린 듯합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나 중동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직까지는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저는 보고 있구요. 다만 북한의 위협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북한이 핵과 ICBM 시험을 중단했다는 게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되는 그런 정도까지 간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만은 없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가 하면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자축구 남북전이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중도 없이 치러졌습니다. 북한의 이번 결정의 배경,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시다시피 북한 주민들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당연히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양 시민들에게 ‘지금은 우리가 한국에 대해서 유화적으로 접근하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으로선 올 해 신년연설에서 한국에 대해서 개성공업단지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무조건 재개하자고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은 전혀 응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축구 경기에서도 냉정한 대응을 했다고 봅니다.

북 어선 침몰 관련 ‘현장 대응 부실’ 지적

<기자> 북한 어선이 이달 초순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 일본 정부 어업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사건과 관련해 북한과 일본이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본 수산청 단속선이 정상적으로 항행하던 자국 어선을 침몰시켰다며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일본은 북한 오징어잡이 선박이 불법으로 조업하다 퇴거를 요구하는 단속선을 들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키노 위원님, 일본 정부는 북한의 배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당연하다는 시각과 약간 잘못됐다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 어선이 조업했던 장소는 분명히 일본의 EEZ,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 쪽의 주장은 맞다고 보구요. 하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경우 일본 쪽에서는 당연히 현장 검증도 해야 하고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선장이나 항해 책임자도 조사해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일본 수산청 단속선은 민간 업자에게 위탁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에 수산청 관계자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순찰을 해야 하는 해상보안청 선박도 사고 현장에 도착한 건 사건 발생 뒤 1-2시간 지난 뒤였다고 합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본 쪽 관계자들은 너무 놀라서 구조나 북한 어선에 대한 퇴거 요청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런 조사 절차를 밟는 걸 잊어버린 듯합니다. 따라서 일본 내부적으로는 좀 더 절차를 잘 밟았어야 했다는 그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사건의 여파는 어떨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북일 양국 관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지금 북미 관계는 점점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일본에 대해서 정치적인 관심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일본 쪽에서도 북한에 대해서 만약 제재가 완화된다면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도 소개하면서 북한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국가안전보장국장에 취임한 기타무라 시게루 국장도 아베 총리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북일 정상회담을 연내에 개최해야 한다는 데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북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번 일과 상관없이 앞으로 북일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건지 다시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일 정부, 미국통∙안보 전문가 한국 발령 계속

<기자>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가 최근 신임 주한 일본대사에 도미타 고지 전 외무성 북미국장을 임명했습니다. 도미타 신임 대사는 미국 근무 경험이 많은 미국통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인선의 배경과 앞으로 한일 그리고 한미일 관계에서 어떤 역할이 기대되는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네 최근에 일본 정부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에 미국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자나 아니면 안전보장 전문가를 중점적으로 발령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한미일 삼국 간 방위협력이나 동아시아의 안전보장을 중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도미타 대사는 북미국장만 역임한 분으로 거기에 비해 전임자인 나가미네 야스마사 대사는 외무심의관, 차관보를 역임한 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한일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에 한 단계 지위가 낮은 사람, 차관보가 아니라 국장급을 역임했던 사람을 선택했다는 그런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