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통령' 만든 연합뉴스TV… '배너' 사과가 끝?

 
지난 10일 오후부터 SNS를 시작으로 연합뉴스TV의 방송 갈무리 사진이 확산됐습니다. 해당 사진에서는 한미 양국의 대통령 사진 밑으로 북한의 인공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당 사진을 최초로 확인한 뒤 합성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방송화면을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10일 오후 5시 30분 무렵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서울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이날 연합뉴스TV <뉴스워치>는 2부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 장면을 생중계한 뒤 한미 양국의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구성했는데요. 문제의 장면은 “문 대통령 방미…트럼프‧행정부 동시 설득 나선다”(4/10 강민경 기자)에서 나왔습니다.
   
해당 장면은 누가 보더라도 방송사고였습니다. 양국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를 위해 출국한 문 대통령 밑에 인공기를 사용한 점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시민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당일 11시 44분에 연합뉴스TV는 “일부 리포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 밑에 인공기와 성조기가 배치된 화면이 방송됐습니다. 이는 북미 교착상태를 타개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제작진의 중대한 판단 착오로 물의를 일으킨 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이번 문제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김가희 연합뉴스TV 뉴스총괄부장은 <미디어오늘> “‘북한 대통령’ 연합뉴스TV 그래픽 실수라지만…”(4/11 박서연 기자)와의 통화에서 “리포트 내용은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들 이야기를 소개하는 리포트였다”, “실수라기보다 그래픽 제작 담당자가 북미 회담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를 같이 썼는데, 공교롭게 관련 그래픽이 문 대통령 아래 들어가면서 논란을 낳은 것 같다”고 해명한 것입니다.

연합뉴스TV의 주장은 해명일뿐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닙니다. 해당 장면은 상식적인 판단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연합뉴스TV가 방송이 되기 전에 이를 확인하고 수정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종 책임자라면 문제의 화면이 방송에 나간 것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김가희 뉴스총괄부장은 인공기와 성조기가 ‘공교롭게도 양 대통령 사진의 밑에 배치되어 논란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마치 제3자가 문제를 바라보는 듯한 태도입니다. 적어도 김가희 부장은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인했어야 하는 담당자였고 이런 문제가 ‘공교롭게 생겼다’고 주장하면 안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미지가 사용된 이유로 설명했던 리포트 내용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김가희 부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들 이야기를 소개하는 리포트”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리포트에는 “미국 전문가들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강민경 기자는 문 대통령의 일정을 설명한 뒤 “특히 문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회담을 교훈 삼아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실무진의 설득에도 주력할 전망”이라며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의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어지는 보도 “한미정상 ‘제재 틀 속 조기수확’ 의견 좁힐까”(4/10 박현우 기자)에서도 “미국 전문가들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김가희 부장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일주일 사이 2차례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 방송사고’ 반복
 

 
더 큰 문제는 연합뉴스TV가 불과 일주일 만에 같은 사고를 반복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3일 연합뉴스TV는 재벌가 3세들의 마약 범죄를 다룬 영상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루엣이 담긴 사진을 전체 방송에서 3회 사용해 논란이 됐습니다.

심지어 문제의 장면이 등장한 프로그램에는 10일 논란이 되었던 <뉴스워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3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루엣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던 <뉴스워치>가 일주일 뒤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밑에 인공기를 배치하는 사고를 또 일으킨 것입니다.
   
연합뉴스TV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3일 오후 11시 46분경 4‧3보궐선거 뉴스특보를 마무리하며 “오늘 오후 방송 중에 재벌 3세들의 마약 일탈을 다룬 영상구성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이 사용됐습니다”, “유사성을 인지하지 못한 제작진의 단순 실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앵커 멘트를 전했습니다. 이어 홈페이지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후 <미디어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일베 이미지 또 전파탔다”(4/4 이재진 기자)에서 김가희 연합뉴스TV 뉴스총괄부장은 “영상편집 담당 직원이 일베에서 썼던 이미지라고 인지를 못한 상태였고, 기자와 데스크도 두 차례 검수를 했는데 이미지 위에 표기된 글씨에 대한 사실관계에 신경을 쓰다 실루엣 이미지는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다음 확인 작업을 거쳐 출처가 일베인 것을 확인했고 회사에 보고 조치한 후 본 영상과 포털사이트, SNS에서 모두 삭제했다”며 본인들의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있으나 마나’한 연합뉴스TV 홈페이지
 

 
하지만 연합뉴스TV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연합뉴스TV는 연이은 방송사고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 내용은 연합뉴스TV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11일 기준 연합뉴스TV 홈페이지에는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는 사과문이 오른쪽에 작은 크기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사과방송 영상과 해명 내용을 담은 게시글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연합뉴스TV 홈페이지에서 해당 배너를 제외하면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찾기 위해 같은 제목으로 검색을 해 본 결과 어떤 것도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논란이 된 고 노무현 대통령 실루엣 사용에 대한 사과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역시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사과문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공지사항‧보도자료’에서도 게시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게시판의 가장 최근 글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재승인 관련 시청자 의견청취 실시 공고’로 2016년 12월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15년에 진행된 자사의 경제포럼을 홍보하는 게시글, 2015년 3월에 취임한 박노황 전 사장의 선임 게시글이 상단에 있었습니다. 연합뉴스TV가 이번 사고들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사과문부터 제대로 공지해야 합니다.
   
지난 2017년 SBS는 자사에서 이어지는 ‘일베 이미지 사용’ 문제가 반복되자 대표이사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미디어오늘> “10차례 일베 이미지 사용한 SBS, 사장이 나섰다”(2017/6/2)에 따르면 SBS는 △모든 포털에 있는 이미지 다운로드 무단 사용 금지 △내부의 안전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이미지 이외에 불가피하게 다운로드가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의 공식 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안전한 정품만 사용할 것 △외부 사이트의 이미지 사용 시에도 반드시 상위 3단계 크로스체크 할 것 △최종 결정자의 서면 결재를 통해 사용할 것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했습니다.

<미디어스> “연합뉴스TV, ‘문 대통령 인공기 배치 사건’ 책임자 보직 해임”(4/11 윤수현 기자)에 따르면 연합뉴스TV는 “최근 잇따른 방송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성섭 연합뉴스TV 보도국장과 김가희 뉴스총괄부장을 4월 11일 자로 보직해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TV가 일주일 사이 2번의 유사한 방송사고를 낸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해당 사고들은 연합뉴스TV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연합뉴스TV는 해당 사고들에 대해서 어쭙잖은 핑계나 해명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또한 책임자에 대한 처벌에서 그치지 않고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시청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없다면 그 누구도 연합뉴스TV를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