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벋어남' 어떤 말과 비슷한 말일까요?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25, 2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5쪽 첫째 줄에 ‘세째 조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말씀 드린 바와 요즘 흔히 쓰는 ‘단원-장-절’을 쓰지 않고 ‘마당-가름-조각’으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는 말이라 볼 때마다 반갑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셋째 줄에 ‘이 두 나라의’와 넷째 줄에 나오는 ‘어찌 되었는가?’도 쉬운 말로 나타내려고 한듯하여 참 좋습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벋어남’이라는 말은 낯설면서도 이런 쉬운 말을 써도 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 참 기뻤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말의 센말인 ‘뻗다’가 더 자주 쓰는 말이라 익을 것입니다. 하지만 ‘융성’, ‘융성하다’는 말이 아닌 말로도 비슷한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게 해 줍니다.
 
이 말을 보니 앞에 나온 ‘망함’이라는 말도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로 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멸망’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말과 비슷한 ‘찌부러지다’는 말로 갈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찌부러짐’과 ‘벋어남’이라는 말을 짝을 이뤄 자주 쓰게 되기를 바랍니다.
 
일곱째 줄에 나오는 ‘높아지고’와 여덟째 줄에 있는 ‘억세어 가는’이라는 말도 쉬운 말이라 요즘에도 자주 쓸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라는 말에 ‘고양하다’를 함께 쓰고, ‘정신’을 말하면서 ‘강인하다’는 말을 자주 쓰곤 하는데 배움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쉬운 이런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아홉째 줄에 있는 ‘때에 이르러’와 열째 줄에 걸쳐 나오는 ‘크게 떨치었다’는 말도 참 좋습니다. 둘 가운데 뒤에 것은 요즘도 가끔 쓰는 것을 볼 수 있는 말이면서 여러 사람들이 쓰지 말아야 되는 말이라고도 하는 ‘선양하다’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둘째 줄에 나오는 ‘나라 일에 힘쓰고’와 그 다음 줄에 나오는 ‘뭉치어졌다’도 참 반가운 말입니다. 열넷째 줄과 그 다음 줄에 걸쳐 나오는 ‘서울을 소부리로 옮긴 뒤에도’라는 것에서 ‘소부리’라는 ‘부여’의 옛이름도 알 수 있었고 ‘서울을 옮기는 것’을 어려운 말로 ‘천도’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고 쉽게 풀이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열여섯째 줄에 나오는 ‘줄어들었다’는 ‘축소되었다’를, 열일곱째 줄에 나오는 ‘어지럽게 하다’는 ‘혼란스럽게 하다’를 쉽게 풀이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26쪽 첫째 줄부터 나오는 ‘부질없는’, ‘쉴 새 없이 싸워 나라의 힘’, 여섯째 줄에 있는 ‘거느리고’도 참 쉬운 말이라 반가웠습니다. 열둘째 줄에 나온 ‘죽음을 마치고’는 낯선 말이면서도 이렇게 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서울 밖 싸움’도 좋았고 ‘마지막’, ‘앞뒤’, ‘맞이하게’는 ‘최후’, ‘전후’, ‘대하게’를 쉽게 풀어 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전히 쉬운 말 쓰기가 가르치는 길인 교육과정과 배움책인 교과서와 먼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옛배움책에 있는 좋은 보기들을 모아 그런 사람들 생각을 바꿀 때까지 쉬지 않고 나아갈 것을 거듭 다짐해 봅니다.

4352해 열달 열엿새 삿날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