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북 여행금지 조치로 재미이산가족도 피해”

앵커: 미국 정부가 최근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대북 지원단체 뿐 아니라 그 동안 북한을 방문하던 재미 이산가족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반면 미국인의 안전을 위해 여행금지 조치가 계속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일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2020년 8월 31일까지 유지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취소하지 않는 한 2017년 9월 처음으로 시행된 이 규정이 최소 3년 간 유지되는 것입니다.

북한을 직접 방문해 각종 지원사업을 벌여온 인도주의 비영리단체들은 이번 연장 소식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친우봉사단(AFSC)의 다니엘 재스퍼(Daniel Jasper) 아시아 담당관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여행금지 조치 연장이 인도주의 사업 진행과 미북 외교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면서 “특히 우리는 시민단체들의 많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미한인의료협회(KAMA)에서 북한 의료사업을 맡고 있는 박기범(Kee Park) 교수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는 인도주의 지원 활동에 많은 제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인도주의 지원 봉사자들이 현지 지원활동과 운영 실태 확인, 평가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해야 하는데 방북 때마다 새로 비자를 신청하게 되면서 지원활동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여행금지법 연장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한인 이산가족들의 방북길이 완전히 막힌 것을 큰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박기범 교수: 더 중요한 것은 재미교포 중에서 북한에 가족, 이산가족이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습니다. 이것도 저는 인도주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 교수는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는 매년 약 1,000여명의 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북한에 가족을 둔 재미한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도주의 지원은 그나마도 여행 금지법의 예외 조항으로 분류돼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 이산가족들에 대한 별도의 조항이 없다며 인도주의 차원에서 ‘가족 방문 목적(Family visit purpose)’을 예외 조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스퍼 아시아 담당관 역시 “미국 국무부가 인도주의 사안인 재미한인들의 북한 이산가족 방문을 승인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우려했습니다.

미국인의 신변 안전을 위해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연장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키스 루스(Keith Luse)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총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조치 연장은 해외 여행을 하는 미국인의 안전을 증진시키기 위한 미국 국무부의 책임에 따른 것”이라면서 “국무부는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이 방북을 신청할 경우 사안별로 계속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규모 북한 여행사 중 하나로 중국에 본사를 둔 영파이어니어투어스(Young Pioneer Tours)와 고려투어는 지난해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전체 여행객에서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다만, 미국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들은 여전히 북한 여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주체여행사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연장되더라도 여행객 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