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본다

A satellite image shows an apparent drone strike on an Aramco oil facility in Abqaiq, Saudi Arabia September 14, 2019. Planet Labs Inc/Handout via REUTER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NO SALES NO ARCHIVES     TPX IMAGES OF THE DAY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계자들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공격 직후 예멘 내전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과 사우디 정부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란이 20여대의 드론과 최소 1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지난 14일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는 분석 결과를 사우디 정부와 공유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제공한 증거가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이란산이라고 확인했지만 아직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대신 사우디 정부는 유엔에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는 게 사우디의 입장이다.

This image provided on Sunday, Sept. 15, 2019, by the U.S. government and DigitalGlobe and annotated by the source, shows damage to the infrastructure at Saudi Aramco's Abaqaiq oil processing facility in Buqyaq, Saudi Arabia. The drone attack Saturday on Saudi Arabia's Abqaiq plant and its Khurais oil field led to the interruption of an estimated 5.7 million barrels of the kingdom's crude oil production per day, equivalent to more than 5% of the world's daily supply. (U.S. government/Digital Globe via AP)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공격이 벌어진 당일인 14일 올린 트윗에서 ”긴장 완화 요구 속에서도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을 벌였다”고 적었다. ”공격이 (후티 반군이 있는) 예멘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다.”

공격 직후 미국 정부는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크에 위치한 석유시설에 가해진 최소 19곳의 공격 지점 등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을 보면 공격이 남쪽 예멘이 아니라 북쪽이나 북서쪽인 이란 또는 이라크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앞서 이라크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영국에 위치한 중동 전문언론 ‘미들이스트아이’에 이번 공격의 진원이 이라크 남부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공격이 지난 8월 시아파 민병대 중 하나인 ‘이라크 민중동원군(Popular Mobilization Forces)’ 기지와 병력을 타격했던 지난달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두 가지 이유로 단행된 것이다. 이란에 대한 포위 작전이 계속되면, 이 지역의 누구도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란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이 관계자가 말했다.

″그러나 더 직접적인 두 번째 이유는, 최근 사우디 연합군이 통제하는 시리아 지역에서 친(親)이란 민중동원군 기지들을 향해 발사된 이스라엘 드론 공격에 대한 이란의 강력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이스라엘 드론 공격들은 사우디의 도움과 자금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란이 사우디에 직접 보복 드론 공격을 가한 게 이번 공격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This image provided on Sunday, Sept. 15, 2019, by the U.S. government and DigitalGlobe and annotated by the source, shows damage to the infrastructure at Saudi Aramco's Abaqaiq oil processing facility in Buqyaq, Saudi Arabia. The drone attack Saturday on Saudi Arabia's Abqaiq plant and its Khurais oil field led to the interruption of an estimated 5.7 million barrels of the kingdom's crude oil production per day, equivalent to more than 5% of the world's daily supply. (U.S. government/Digital Globe via AP)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꼽히는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지원하는 정부군과 전투를 벌여온 후티 반군은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로부터 드론과 미사일 등을 지원 받아왔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이번 공격을 벌일 만큼 정교한 타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후티 반군이 사우디 영토를 향해 드론이나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지역을 깊숙이 타격한 적은 없었다. 설령 후티 반군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이란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 이와 같은 대규모 공격을 벌였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이란이 공격을 벌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다만 확정적으로 이란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지금 (정보기관들에 의해) 확인중이다.”

미국 정부는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떤 군사행동에도 대비되어 있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분명 이를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올린 트윗에서는 이란이 했던 ”거짓말”을 언급하며 무언의 압박을 내놨다. 지난 6월 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한 사건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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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시켰을 때, 드론이 그 근처에 있지도 않았는데 그걸 다 알면서도 자기들의 ‘영공’에 있었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는가? 그들은 그게 매우 큰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주장을 고수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 자기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에 아무 연관이 없다고 말한다. 두고 봅시다?”

 

한편 이번 공격으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시설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세계 석유 공급량의 5% 이상이 사라졌으며, 생산이 재개되기까지는 최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 업계에서 이번 공격은 아마도 9.11 테러와 비슷한 일이 것이다.” 석유산업 컨설팅 업체 뮤즈스탠실의 티락 도시가 말했다. ”아브카이크(의 석유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석유 생산 및 처리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