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근로자 살해·시신 훼손 후 도주…40대 징역 20년

술자리에서 다툼을 벌이던 지인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 등으로 40대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2)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소내용을 보면 일용직 근로자인 A씨는 5월 1일 오전 8시께 직업소개소를 이용하면서 알게 된 근로자 B(45)씨 집에서 B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이 술자리에서 다툼이 벌어져 B씨가 A씨 뺨을 때리는 일이 생겼고, A씨는 이에 격분해 소주병으로 B씨 머리를 내리쳤다.

이후 흉기로 B씨의 얼굴, 목, 허리 등을 찔러 B씨를 숨지게 했다. A씨는 B씨 시신을 흉기로 훼손하는 범행을 추가로 저지른 뒤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A씨는 갈아입을 바지 1개, 컵라면 1개, 목장갑 1켤레 등을 훔쳐 오후 2시 30분께 달아났다.

B씨 시신은 범행 후 보름이 지난 같은 달 16일 발견됐다.

직업소개소 관계자가 일터에 나오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B씨 집으로 찾아갔다가 “심한 냄새가 난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원룸 안으로 들어갔을 때 B씨 시신은 훼손된 상태로 다소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방범용 폐쇄회로(CC)TV 분석과 동료 근로자 탐문 등을 통해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 18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재판에서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피해자와 다퉜던 부분까지만 기억이 나고,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피해자 집에서 자다가 일어나보니 피해자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폭음으로 자제력을 잃은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진술 내용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범행 종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이고 수법도 충격적이어서, 이를 기억할 수 없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상태로 보이는데, 이는 사후적인 기억장애에 불과해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였는지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블랙아웃은 스스로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으면 기억이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피고인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체를 손괴했고 그 과정에서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은 점, 피해자 가족들이 평생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