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민 시인을 추모하며] 아름다운 이별

“시인이자 만인의 친구셨던 아버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미소 지으신 듯 평안히 천국가셨습니다.
너무 평안하셔서 저희도 웃으며 인사드렸습니다.
늘 선생님들 함께여서 행복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가족”
 

세월호 천막에 오셔서 노란 종이배를 접어 넣고 고운 시로 별이 된 이들을 위로하던 시인이 계셨습니다. 어두워지면 잘 보실 수 없다고 해 지기 전 서둘러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시곤 했지요. 그 분은 백기완 선생님, 방배추 선생님과 오랜 지기이신 강민(본명 강성철) 시인이십니다.

지난 2016년 촛불집회도 빠지지 않고 나오셔서 광화문 마당에서 시낭송도 하시고, 작가들과 함께 손피켓을 들기도 하셨지요. 올해 초 시인은 유고작이 될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를 출간하셨어요.
 

 
그 분이 22일 오전 6시 55분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서너 달 전부터 음식을 도통 드시지 못하신 지 두 주가 넘었다고 하셨지요. 분당 서울대 병원에 가셨을 땐 10여 년 전 진단 받은 암이 중요 장기에 모두 전이되어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어요.

이별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을 아신 시인님은 담담하게 이별을 준비하셨어요. 연명치료와 진통제 투여를 거부하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셨어요. 그곳에서 맑은 정신일 때 보고 싶은 이들,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싶어 하셨고 그분들이 찾아와 낭송하는 시를 들으시고 함께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셨지요.
 
마음 아파하는 지인들과 달리, 시인께서는 당신을 찾은 지인들과 밝게 웃으시고 농담도 하시면서 담담히 길 떠날 준비를 하셨습니다.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지인들이 오히려 더 마음 아파했지요. 멀리 외국에 살던 따님과 손자, 그리운 이들과 만나 회포를 푸시고 사진을 찍고 시집을 건네고 시낭송을 들으시며 하루하루 이별을 준비하셨어요. 시인님,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 남은 이들이 아름다운 만남의 시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이승의 간이역>
 
내 떠나야 할
 
인생의 간이역은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꽃밭이다

– 강민 시인이 병상에서 남긴 마지막 시
 
시인님과 함께 했던 선후배 시인과 화백, 민속학자 등 폭넓은 문화예술계 분들과 인사동의 문인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 오셨던 시인님의 발자취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별을 보여주신 시인님 고맙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아름답게 생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셔서요. 시인님, 이제 그리던 사모님과 재회 하셔서 아름다운  꽃길에서 안식하십시오.
 
* 시인 강민은 1962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1993),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2002), <미로에서>(2010) <외포리 갈매기>(2012) 등을 펴냈다. 올해 초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를 마지막으로 출간했다.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주부생활’ 편집국장, 금성출판사 상무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