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쏟아져나온 홍콩 시민들이 '평화'와 '자유'를 외쳤다

한 시민이 '홍콩에 자유를'이라는 낙서 옆을 지나가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8일.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던 시위가 11주차로 접어든 18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가운데 최소 10만명의 홍콩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에 가담해 주요 간선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 시위의 규모는 지난주 공항 점거 시위 등에서 목격된 불상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위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엄청나게 덥고 비도 온다. 여기에 나오는 것만 해도 사실 고역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기 때문에 이곳에 나와야만 했다.” 홍콩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파크에서 출발한 행진에 참여한 학생 조너선(24)씨가 말했다.

″우리는 정부가 우리에 대한 마땅한 존중을 보여줄 때까지 (시위를) 계속해야만 한다.”

시위대는 ”홍콩에 자유를!”, ”지금 민주주의!” 같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우산을 들었다. 빅토리아파크에서 시작된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노인과 중년, 젊은층, 가족들, 그리고 유모차를 끈 부모들이 참석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빅토리아파크에 모였다. 홍콩. 2019년 8월18일.

 

시위 주최 측이 집회허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공원은 모여든 시민들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좁았으며, 인근 도로까지 북적였다. 상당수 시위대는 홍콩 금융 중심지 쪽으로 행진하며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외쳤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하자!” 우산을 든 시민들이 외쳤다.

한 시위자는 경찰에 시비를 거는 다른 참가자를 향해 ”오늘은 평화집회다! 덫에 빠지지 말라! 세계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로이터 취재진이 정확한 시위 참가자 숫자를 추산하기는 불가능했으며, 최소 10만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말고도 범죄인 인도법의 완전 폐기를 촉구했고,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체포된 시위자들에 대한 사면,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정치 개혁 등을 촉구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하지만 아들이 그러더라. (중국이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일국양제’ 원칙을 지키기로 영국과 약속한) 2047년이 지나면, 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자신을 푼이라고 소개한 역사 교사가 말했다.

″나는 나오고 나오고 나오고 또 나올 것이다. 이게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싸운다.” 그가 말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빅토리아파크에 모였다. 홍콩. 2019년 8월18일.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지나치게 강경하고 공격적인 작전을 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몇몇 사람들은 안구를 본뜬 풍선을 들었다. 경찰이 쏜 탄에 맞아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은 한 여성을 기억하는 의미다.

전날(17일)에는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주최 측은 47만6000명이 모였다고 말했다. 경찰 추산으로는 10만8000명이다.

반정부 시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2012년 집권 이후 최대의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10월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홍콩의 위기는 민감한 시점에 벌어진 것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점점 더 단호한 어조로 시위대에 대응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소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무장병력이 홍콩 경계 인근인 선전(Shenzhen, 深圳)의 한 경기장에서 진압 훈련을 벌이는 모습도 공개됐다. 본토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분명히 경고한 것이다.

 

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인 18일,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민주주의와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홍콩. 2019년 8월18일.

 

지난주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했으며 1000여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시위대는 친정부 측 ‘첩자’라고 여긴 두 남성을 억류하기도 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우리는 홍콩인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나왔다. (홍콩의) 십대들이 안 됐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퇴직 언론인 프란세스 챈(60)씨가 말했다.

그는 폭력을 사용한 건 일부 시위대에 의해 드물게 벌어진 일이라며 또 이는 정부 당국과 경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와 자유다.” 그가 말했다. ”정부가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인다면, 모든 게 진정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