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사건 현장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한 말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대구 와룡산 등산로 입구인 달서구 새방로7길에서 개구리소년 사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중앙일간지 대구경북 기자단

“어디선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범인에게 호소합니다. 부모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고, 이제는 처벌도 못합니다. 부모가 죽기 전에 한이라도 풀 수 있게 지금이라도 양심선언을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아이들이 왜 여기에 묻혀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나주봉(62)씨는 20일 오후 1시15분께 대구 와룡산(해발 299.7m)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1년 실종된 ‘개구리소년’ 5명은 2002년 모두 이곳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나씨와 함께 와룡산에 올라온 민갑룡 경찰청장은 “당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았어야 했는데, 어린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유가족에게 한스런 삶을 살게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민 청장은 이날 역대 경찰청장 중에서 처음으로 개구리소년 사건이 일어난 와룡산을 찾았다. 민 청장은 이날 오후 1시께 와룡산 등산로 입구인 달서구 새방로7길에 도착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건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민 청장은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을 재감정하고 희생자들의 동선도 다시 파악하겠다.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이제로도 큰 책임감을 갖고 범인을 찾아 원혼을 달래고 유가족의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송민헌 대구지방경찰청장도 “공소시효에 구애되지 않고 피해자 관점에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가족 우종우(70·고 우철원군 아버지)씨는 “다시 용기가 난다.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은 1991년 3월26일 와룡산에 도룡뇽 알을 찾으러 갔다가 실종된 초등학생 5명을 말한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연인원 32만명을 동원해 와룡산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들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11년 뒤인 2002년 9월26일 이들은 와룡산 4부 능선에서 도토리를 줍던 주민에 의해 모두 유골로 발견됐다. 유골 감식에서 두개골 손상 흔적을 발견한 경찰은 다시 수사에 뛰어들었지만 범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이 사건은 2006년 3월25일 공소시효(당시 15년)이 끝나며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86~1991년 여성 10명이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사건, 1991년 서울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과 함께 국내 3대 장기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들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5년이 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한 살인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전담수사팀에 수사를 맡기고 있다. 9월 기준 각 지방경찰청의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서 수사 중인 미제 살인사건은 모두 268건에 이른다.